송창현 네이버 CTO 겸 네이버랩스 대표가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17’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네이버 기술연구개발 법인인 네이버랩스는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17’에서 로봇 9종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6종은 자체 개발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했고, 3종은 산학협력을 통해 개발 중이다. 이날 선보인 로봇은 완성도나 기술면에서도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되며, 이미 로봇 개발을 위한 대형 연구소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로봇 개발 시설의 위치와 인원, 규모 등은 모두 비밀에 부쳤으나, 이날 프레젠테이션 중 공개된 연구소 구축 동영상을 보면 규모는 수백평 이상에 복층구조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프로젝트 블루’라는 이름으로 2015년부터 로봇 개발을 시작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로봇을 전공하고 현재 네이버랩스 로보틱스를 총괄하고 있는 석상옥 리더는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로봇) 연구소 같다”며 시설이 상당한 수준임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네이버의 로봇연구소는 설계뿐만 아니라 부품·완제품 제작도 가능하다.
이날 소개된 ‘M1’은 지난해 선보인 실내 지도제작 로봇을 업그레이드한 모델로 2시간이면 코엑스몰 지도를 제작할 수 있다. 처음 선보인 ‘어라운드’는 M1과 짝을 이루는 실내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이다. 로봇 자율주행을 위해선 1개에 수백만원인 ‘라이다’ 등 고가의 부품이 들어가 로봇 전체 가격이 낮게는 수백만원에서 높게는 수천만원에 이른다. 어라운드는 라이다와 같은 고가 부품을 없애고 대신 M1이 수집해 클라우드에 올려놓은 정보를 활용해 자율주행을 하도록 했다. 이 경우 100만원 이하로도 자율주행로봇을 만드는 게 가능해진다. 어라운드는 서점에서 고객들이 읽은 책을 수거해 특정 장소로 옮기는 임무를 받고, 부산의 예스24 오프라인 서점에서 3개월간 시험 운행된다.
근력증강 로봇 기술을 응용한 전동카트인 ‘에어카트’는 상용화 단계다. 힘이 부족한 사람도 가볍게 오르막길을 오를 수 있고, 내리막길에선 자동 브레이크 시스템이 작동한다. 부산 예스24 오프라인 서점에서 최근 사용을 시작했다.
미국 국방성이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4족 보행 형태의 로봇과 유사한 ‘치타3’도 선보였다. 달리거나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는 이 로봇은 현재 MIT 대학과 공동 개발 중이다. 특히 코리아텍과 함께 개발 중인 로봇팔인 ‘앰비덱스’가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앰비덱스는 산업용 로봇의 정밀도와 사람의 팔과 유사한 유연함을 갖췄다. 마치 사람처럼 유연한 동작으로 앰비덱스가 사람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상영됐다.
‘자율주행차’의 도로시험운행 동영상도 공개됐다. 최근 촬영된 영상에서는 간혹 운전자의 개입이 있기는 하지만 차량은 시내에서 차선을 바꾸거나 좌, 우회전을 스스로 해내며 목적지를 향했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경영자(CTO) 겸 네이버랩스 대표는 “올해 내로 도심 자율주행 ‘레벨4’가 목표”라고 말했다. 만약 완벽한 레벨4가 가능하다면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의 사업과 언뜻 동떨어진 듯한 로봇 사업과 관련해 네이버 측은 ‘생활환경지능’을 확장해 생활 전반으로 스며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 리더는 “지도 서비스를 기반으로 공간을 디지털화하게 되면서 자율주행이 이뤄지고, 연장선상에서 실내공간을 다니는 로봇을 개발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글로벌 IT기업인 구글과도 닮은 측면이 있다. 구글은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는 물론 최근엔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등 HW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