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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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문제 너무 쉽게 말하는 식약처 ‘난타’

국감서 부실대응 도마에 / 살충제 달걀·생리대 유해성 등 관련 조사들 완료 안됐는데도 서둘러 발표… 성급 지적 쏟아져 / “신뢰 잃고 불안 키워” 비판 봇물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는 생리대 유해성 논란과 관련한 식약처 발표 방식의 적절성,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와 특정 기업의 관계 등에 대한 질의가 쏟아지며 ‘생리대 국감’을 방불케 했다. 특히 이 시민단체 간부는 생리대 유해물질 실험비용 출처에 관한 세계일보의 의혹 제기<8월30일자 13면 참조>를 “잘못된 보도”라고 비난하며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해 논란이 확산할 조짐이다.
식약처장 ‘진땀’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지난달 식약처의 생리대 위해평가는 위험성이 높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중 10종에만 국한된 평가로 식약처가 원래 하기로 한 총 84종에 대한 검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하루 7.5개씩 한 달에 7일간 평생 써도 안전하다’고 발표한 것을 놓고 여야 의원은 물론 전문가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인하대 임종한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84종에 대한 조사와 역학조사를 마무리하고 종합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일부만 조사한 뒤 성급하게 안전하다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앞서 생리대 유해성분 검출 실험을 한 강원대 김만구 교수(환경융합학부)도 “식약처 방식대로 생리대를 자르고 부수면 VOCs는 휘발성이라 날아간다”며 실험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서경원 의료제품연구부장은 “생리대의 VOCs가 날아가지 않도록 꽁꽁 얼리는 동결 방법을 택해 검증한 결과 VOCs가 유지되는 걸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계란 안전관리 규정과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여성환경연대와 생리대 제조사 유한킴벌리의 관계에 대한 질의도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김 교수의 실험 결과 주요 5개사 제품에서 모두 유해성분이 나온 걸 알면서도 지난 8월 깨끗한나라의 릴리안만 피해사례 제보를 받았다”며 특정 기업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생리대 안전이란 ‘달’을 가리킨 것인데 정작 근본 대책에 대한 논의는 실종돼 안타깝다”고 답했다.

또 “(생리대 실험 자금을 소셜펀딩을 통해 모았다고 했으나) 세계일보에서 그런 소셜펀딩은 없었다고 보도했는데 사실관계를 말해 달라”는 의원들의 질문에 이 사무처장은 “2016년 한 포털사이트의 소셜 펀딩을 통해 140만원을 모았고 부족한 부분은 단체 자체 비용을 들였다. 매우 잘못된 보도”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혜숙 유한킴벌리 상무이사(앞줄 오른쪽), 최병민 깨끗한나라 대표이사(뒷줄 오른쪽) 등 생리대 생산업체 임원들이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이는 본지 취재결과와 상반된 주장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소셜펀딩 방법과 관련해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실험비를 마련했다”고 밝혔으나 본지가 네이버에서 확인한 결과 지난해 여성환경연대가 해피빈을 통해 진행한 사업 7개 중 생리대 실험 관련 사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도 해피빈에서 여성환경연대가 실험비 모금을 한 프로젝트는 나오지 않는다.

다른 목적의 모금 프로젝트에 기부된 돈을 전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네이버 해피빈 관계자는 “모금 취지를 보고 기부금을 내는 것이라 원칙적으로 원래 밝힌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기부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