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박영철 대구가톨릭대 GLP센터 교수(화학물질독성평가학)팀에 따르면 연구팀이 쥐(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단기(3일), 장기(8주) 노출시험에서 CMIT/MIT가 특정 농도에 이르자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단기 시험의 경우 쥐 무게 1㎏당 CMIT/MIT 농도를 달리해(0㎎, 0.6㎎, 1.2㎎, 2.4㎎, 4.8㎎, 9.6㎎) 3일간 노출시켰다. 농도별로는 쥐 10마리가 투입됐다. 그 결과 1.2㎎까지는 사망 동물이 나오지 않다가 2.4㎎ 이상의 농도에서는 쥐 10마리가 모두 사망했다. 1.2㎎을 경계로 사망률이 0%에서 100%로 뛰어오른 것이다.
장기 노출시험도 쥐 무게 1㎏당 CMIT/MIT 농도를 0㎎, 0.15㎎, 0.3㎎, 0.6㎎으로 기준을 나눈 뒤 8주에 걸쳐 기준농도의 2배, 1.5배, 1배 등으로 노출량을 달리해 결과를 살펴봤다. 실제 가정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쓸 때 정량보다 많거나 적은 양을 쓸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실험에서는 평소 0.6㎎에 노출된 시험군에서 CMIT/MIT 농도를 2배(1.2㎎)로 높인 지 5일 만에 사망 개체가 나왔다. 이틀 뒤에도 2마리가 더 사망했다.
연구팀은 실험이 끝난 뒤 사망한 쥐와 생존한 쥐의 폐를 검사했다. 그런데 두 그룹 간 눈에 띄는 차이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고용량에 노출된 쥐에서 약한 염증이 관찰됐지만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가습기살균제의 대표적 질환인 폐섬유화가 생긴 쥐도 없었다.
하지만 사망한 모든 쥐에서 야윔, 종말호흡(죽기 전 입을 뻐끔거리는 것), 폐가 빵빵하게 부푸는 풍선화 현상이 관찰됐다. CMIT/MIT가 특정 농도에 이르면 폐섬유화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사망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 6년간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 방식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었을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이듬해인 2012년 2월 질병관리본부는 ‘CMIT/MIT와 폐섬유화의 의학적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CMIT/MIT를 원료로 쓴 SK케미칼과 애경에 대해 수사를 유보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두 업체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환경부 관계자 역시 “만일 폐섬유화 없이 사망에 이른 경우라면 정부 구제 대상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CMIT/MIT 살균제를 쓰고 사망한 사람은 총 141명으로, 이 가운데 폐섬유화가 확인 안 돼 구제급여를 받지 못한 이는 98명(69.5%)에 이른다.
박 교수는 “안전성평가연구소의 연구는 폐손상에만 초점을 둔 데다 단일 농도에서만 실험하는 등 방법상에도 문제가 많았다”며 “이번 결과가 CMIT/MIT와 사망의 인과관계를 밝힐 과학적 근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