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검찰에 따르면 임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내부 구성원 참여도 제고 방안 - 진상규명과 사과 선행’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블랙리스트 기사가 언론을 도배하고 법원도 판사 블랙리스트 소란으로 새로 취임한 대법원장이 진상을 확실히 밝힐 듯하다”면서 “흉흉한 소문이 널리 퍼져 공지의 사실처럼 굳어진 수사관 블랙리스트가 우리 검찰에도 있지는 않은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검사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뉴스를 예전에 접했다. 있다 하더라도 그중 한 명은 아마도 저일 듯하니 검사 블랙리스트의 진상규명을 요청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임 검사는 “기능직 전환과 관련한 수사관들의 집단소송에 대해 대검이 조직적으로 탄압한 것으로 널리 소문이 나 있고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다”며 “정말 많은 수사관들이 각종 인사 불이익, 보복 감찰, 회유와 협박 등 각종 유무형 피해를 본 것으로 들었다. 이들은 아직도 분노와 피해를 절절히 가슴에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총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사를 반성하고 자체적으로 재심 청구를 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수뇌부가 내부 구성원들에게 저지른 종래의 잘못을 밝히고 진솔하게 사과하는 진심을 보이는 게 어떻겠느냐”면서 “그런 진심이 없고서야 검찰이 하나가 될 수 있겠으며 어찌 진실로 쓴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대검은 앞서 기능직을 일반직에 통합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가공무원법 개정에 따라 건축·사무보조·기계 등 업무를 맡은 기능직 직원이 전직시험을 통과하면 수사관과 같은 일반직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전환 공고를 낸 바 있다. 당시 검찰 수사관 2057명은 이 같은 대검 방침에 반발하면서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해 화제가 됐다.
임 검사의 글에 한 수사관은 “검찰 내부에 대해 비판이나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명예와 피해가 꼭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사관은 “과거사이든 현재진행형이든 조직의 잘못이나 특정 개인의 잘못에 대한 처절한 자기반성과 사과, 재발 방지 등의 적절한 조치 없이는 밝고 건전한 조직 미래를 약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