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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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뜨락] 기억 속 폭풍

이희중


길을 더 찾지 못한
젊은 날 사랑이
주고받은 장미 다발이나 과꽃 다발과 함께
다 시들어
도, 버려지지 않는 것은

그게 영문을 다 알기 어려운 폭풍, 그
한복판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남은 소용돌이가 다 잦아들지 않고
기억의 다락 어딘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게 일시 정지한, 그래서 영원한 폭풍,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신작시집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문학동네)에서

◆ 이희중 시인 약력

△1960년 밀양 출생 △시집 ‘푸른 비상구’ ‘참 오래 쓴 가위’, 문학평론집 ‘기억의 지도’ ‘기억의 풍경’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