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은 예로부터 부족한 오장(五藏)의 기를 보완하고 기운을 차리게 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을 대표하는 걸작 100선 중 하나인 왕부(王符)의 잠부론(潛夫論)에 “병을 다스리려면 마땅히 인삼을 얻어야 한다”고 기록돼 있어 2세기 무렵부터 인삼이 소중한 약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
우리나라는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의 인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캐나다와 중국 등에 생산은 물론 수출까지 밀리고 있다. 1970년부터 퀘벡주에서 인삼재배를 시작한 캐나다는 단기간에 생산은 물론 수출에서 1위 국이 됐다. 소매점이나 약국에서 손쉽게 인삼제품을 구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가 잘 돼 있고, 연구 인프라도 훌륭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중국은 인삼재배면적 세계 1위 국가이며, 캐나다로부터 미국산 인삼 종자를 도입·재배해 공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인삼야생자원복원공정’을 펴며 인삼 고급화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요즘 인삼업계에서는 국내소비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장기침체 부진의 늪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캐나다, 중국, 미국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세계 인삼시장에서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가장 먼저 해 볼 수 있는 일은 지난 9월23일부터 금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인삼엑스포를 통해 인삼인들이 하나가 돼 고려인삼의 우수성을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인삼산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 중장기 발전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생산관리를 비롯한 마케팅과 홍보, 수출전략, 법과 제도개선을 아우르는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 개발이다. 인삼 한 뿌리 나지 않는 스위스에서는 파마톤사가 오랜 기간 노력과 투자로 진세노사이드 함량을 세계 최초로 표준화하고 차별화된 인삼가공기술을 통해 ‘진사나(Ginsana)’ 등의 제품을 개발해 연간 3억달러를 수출하고 있다. 연구개발(R&D)을 통한 제품 개발과 상용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사례이다. 인삼 종주국으로서 양질의 인삼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도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경쟁해야 할 때다. 산학연이 공조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지속해서 지원해 세계 시장에서 우리 인삼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위상을 되찾는 날을 기대해본다.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