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서열의식’에 영유아·노인들 노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53·여)씨가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겸 배우 최시원(30)씨 가족의 프렌치불도그에 물려 지난 6일 패혈증으로 숨졌다. 개는 최씨 집 현관문이 잠시 열린 틈에 빠져나와 김씨를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 사건’ 최시원 사과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씨가 자신의 집에서 기르던 반려견에 물려 유명 한식당인 한일관 대표 김모씨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최씨는 “유족에게 사과하고 진심으로 애도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지난해 12월에는 경기도 용인시의 한 주택가를 지나던 70대 여성이 50대 남성이 키우던 핏불테리어의 공격을 받고 오른쪽 다리와 왼쪽 손가락 일부를 절단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윤재옥 의원(자유한국당)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에 물리거나 관련 사고로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2014년 1889건에서 지난해 2111건으로 증가했다. 주로 사회적 약자인 영유아나 노인들이 주요 피해자가 되고 있다. 이는 개 특유의 서열 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 개는 어리거나 약해보이는 사람을 자신보다 ‘낮은 존재’로 인식, 공격한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초 경기도 시흥시 한 아파트에서 부부가 방에서 기르던 7년생 진돗개가 한 살배기 여자아이의 목을 물고 흔들어 아이가 과다출혈로 숨졌다. 윤일섭 한국애견협회 이사는 “개는 결국 동물이기 때문에 서열이 낮은 존재를 골라내는 본능이 있어 자신을 귀찮게 하거나 자신보다 귀여움을 받는 아이를 공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목줄 철저 최근 반려견이 사람들을 공격하는 일이 잇따르는 가운데 22일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 공원에서 한 시민이 목줄을 채운 반려견과 산책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
◆‘동물학대’ 역공에 피소될수도
개 물림 사건은 의학적·법적으로 여러 곤란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작은 개에 물리거나 할퀴면 보통은 상처가 작다고 넘어가기 일쑤지만 이빨에 있는 세균이나 박테리아를 옮아 위험해질 수도 있다. 특히 어린아이는 몸의 혈액량이 적기 때문에 상처가 과다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의외로 법적으로는 개보다 사람이 더 보호받지 못할 수도 있다. 개에 물린다면 원칙적으론 견주를 과실치사상 처벌할 수 있고 피해자가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또 개가 공격행위를 하면 방어차원에서 때에 따라 개를 때리거나 죽여도 된다. 하지만 이것만 믿고 행동했다가는 되레 처벌을 받거나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법률사무소 ‘설현’의 정수인 변호사는 “개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가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상대방이 개를 학대했다’는 주장을 펼쳐 법적으로 역공당할 수 있다”며 “사람을 공격한 개에 대해서도 견주의 허락없이 임의로 도살 등 조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중매체 통해 잘못된 훈육방식 전파돼”
동물보호법 등엔 반려동물과 외출할 때는 목줄 등을 채우고 맹견은 입마개도 채워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5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벌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국회에서는 맹견의 사육·관리를 제한하는 ‘맹견피해방지법’이 2006년과 2012년 각각 발의됐지만 국회 회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사육방식이 무분별하게 전파되면서 개 물림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며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특히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 개의 사회화를 위해 무조건 이해해 주고 기다려주라는 설명이 많지만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는 거다.
정광일 한국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 원장은 “절제와 통제를 가르치고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하는 등 때에 따라선 개를 혼내기도 해야 하는데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면서 전문가들이 행동교정을 하려 해도 견주들이 ‘왜 당신은 강아지를 못되게 구느냐’는 식으로 말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제대로된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생후 7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개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