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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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완봉 양현종, "꼭 이기고 싶었다"

“이렇게까지 힘들었던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집중했던 것도 처음이다.”

8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선 양현종(29)의 불꽃 같은 역투가 광주를 뜨겁게 달궜다. 양현종은 2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9이닝을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책임지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통산 10번째 완봉승이자 사상 최초로 1-0 경기 완봉승이다.

이날 경기는 피 말리는 투수전으로 진행됐다. 두산 선발 장원준(32)도 양현종에 뒤지지 않는 빛나는 투구를 펼친 것. 장원준은 KIA 타선을 7이닝 동안 4피안타 5볼넷 4탈삼진으로 묶으며 명승부의 조연 역할을 했다. 양현종은 “최고 좌완인 원준이형과 게임하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다만 꼭 이기고 싶었다. 제가 상대 선발 의식하기보단 타자 상대하는 것이니 타자에 집중했다”고 경기를 회상했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6회 2사 상황에서 주자 1, 2루 위기를 맞은 것. 그러나 양현종은 두산 4번타자 김재환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날 던진 122개 공 중 최고 투구로 김재환을 삼진잡은 공을 꼽기도 했다. 양현종은 “재환이는 힘이 좋고 시리즈 내내 컨디션이 좋은 타자”라며 “상대해 보니 재환이와 재일이형 컨디션이 너무 좋더라. 앞으로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양현종은 삼진을 잡거나 상대를 범타로 처리할 때 평소와는 달리 큰 소리로 환호하는 등 격한 감정을 그대로 노출하기도 했다. 8회 말 두산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에는 환호성이 쏟아지는 관중석을 향해 양현종은 두 팔을 뻗어 머리 위로 번쩍 들며 환호를 유도하기도 했다. 양현종은 “정규시즌에는 상대팀을 생각해 리액션을 자제하는 편이다. 다만, 오늘은 저희팀이 조금이나마 제 리액션 보면서 힘이 났으면 해서 저도 모르게 크게 나와버렸다”면서 “그만큼 꼭 이기고 싶었던 경기였다. 오늘 승리를 계기로 모두 힘을 내서 반드시 우승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