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민군복합항에 입항하는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 해군 제공 |
해군은 바다 위를 항해하는 함정의 특성상 지상에 고정된 탐지레이더에 비해 운신의 폭이 넓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날아와도 위치를 옮길 수 있어서 생존성도 높다. 탐지거리도 길며 필요시 미사일이나 레이저포 등 요격무기를 탑재해 탐지, 추적, 요격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스커드와 KN-02 등 사거리 1000㎞ 이하의 단거리에 불과해 지상에 배치된 공군의 그린파인 탄도미사일 탐지레이더와 피스아이 조기경보통제기,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화성-12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등 한반도를 뛰어넘어 일본 열도를 가로지르는 탄도미사일이 등장하면서 한미일 3국의 공동대응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한반도 해역에서 자유로이 움직이면서 북한 탄도미사일 궤적을 추적할 수 있는 해군의 역량이 주목을 받게 되어 해군도 대(對)탄도미사일 작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장비 점검을 위해 한반도 근해를 항해중인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 대우조선해양 제공 |
해군의 탄도미사일 위협 대응 작전은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3척이 맡고 있다. ‘신의 방패’라 불리는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한 세종대왕급 구축함의 핵심은 AN/SPY-1D(V)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다. 함정의 상부 4면에 장착되어 360도 탐지가 가능한 이 레이더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기계식 레이더 4800개를 모아놓은 것과 맞먹는 성능을 갖고 있다. 덕분에 100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 추적해 20여개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1000㎞에 달하는 탐지거리 덕분에 북한 탄도미사일 탐지․추적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
우리 해군의 이지스구축함에 탑재된 전투체계는 베이스라인(Baseline) 7.1이다. 베이스라인은 컴퓨터 운영체제(OS)의 버전 구분과 같은 역할을 하는 개념이다. 번호가 높을수록 최신형이다. 이지스 전투체계의 장비가 개선되어 전반적인 기능에 큰 변화가 있을 경우 새로운 베이스라인 번호가 부여된다. 세종대왕급에 장착된 베이스라인 7.1은 AN/SPY-1D(V) 레이더를 사용하면서 최신 상용부품을 적용해 부품 소형화와 레이더 능력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세종대왕함 제원. |
해군은 미국과 두 달에 한 번씩 탄도미사일 표적정보 공유훈련을 실시하는 한편 한국군 탄도탄 작전통제소(KTMO Cell)와 표적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탄도탄 작전통제소는 각종 정보자산으로 수집된 미사일 정보를 수신해 분석하고 최종적으로 요격명령까지 하달하는 곳이다.
하와이 근해에서 SM-2 함대공미사일을 발사하는 충무공이순신함. 해군 제공 |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은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능력은 갖추고 있으나 북한 탄도미사일을 파괴할 요격능력은 없다. 대신 2020년대 중반 도입될 예정인 차기 이지스구축함 3척에는 탄도미사일 파괴능력을 갖춘 요격미사일이 장착될 예정이다. 반면 미국은 2020년까지 48척의 이지스함에 탄도미사일 방어능력을 갖출 예정이며, 일본도 2021년까지 8척의 이지스함에 탄도미사일 방어능력을 추가할 계획이다.
SM-3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호퍼함. 미 해군 제공 |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을 직접 타격하는 SM-3의 요격 고도는 250~500㎞다. 내년부터 미국과 일본에 배치되는 신형 SM-3는 최대 요격고도가 1000㎞가 넘는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한 발당 가격이 230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라는 점이 도입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SM-3 도입이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에 한국이 편입된다는 우려도 높은데다 북한과 인접한 지형적 특성을 고려할 때 불필요한 무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19일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해군 국정감사에서는 SM-3 도입을 둘러싸고 의원들간에 의견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얼마나 국내 갈등을 겪고 중국으로부터 (보복을 당했는가)”라며 “차기 이지스함에 SM-3를 배치하는 것을 일찍부터 사드 배치 이전에 우리 군 스스로 서둘렀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SM-3는 이동이 가능해 동해, 서해에서도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사드보다 훨씬 효과적인 고층 방어체계”라며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SM-3가 한반도 작전환경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은 최윤희 전 합참의장 시절 결론이 나지 않았느냐”라며 “그런데 다시 한반도 지형에 적합한 무기로 둔갑을 했다”고 지적했다.
SM-6는 적 탄도미사일 부근에서 파편을 터뜨려 요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SM-3에 비해 파괴력이 떨어지지만 요격된 탄도미사일 파편이 떨어져 2차 피해를 유발할 위험이 없는 바다에서는 파편형 요격방식을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요격고도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과 유사한 33㎞ 수준이지만 전투기, 대함미사일,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요격에 모두 쓰일 수 있고 한 발당 가격이 50여억원 수준에 불과해 SM-3보다 저렴하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지난 19일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해군 국정감사에서 “한반도 작전환경을 고려할 때 SM-3도 좋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중층 방어가 가능한 SM-6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SM-6는 최근 미국 해군에서 실시한 시험사격에 잇따라 성공했다. 유럽을 관할하는 미국 해군 6함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서부 해역에 배치된 이지스구축함 맥 폴에서 SM-6를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발사는 8월 30일 하와이 근해에서 이지스 구축함 존 폴 존스가 실시한 시험발사가 성공한 직후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14일 태평양에서 실시된 SM-6의 첫 시험발사도 성공했다. 미국 해군과 미사일방어청(MDA)은 중국의 DF-21(사거리 900∼1500㎞)이나 DF-26(사거리 3000∼4000㎞)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해군은 미국 육군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으로 다층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한 것처럼 SM-3를 광역 탄도미사일 요격에 활용하고 SM-6는 하층 방어에 투입해 해상에서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중국의 대함 탄도미사일(ASBM)과 초음속 대함미사일의 집중 공격으로부터 함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SM-3보다는 사거리가 짧고 가격도 저렴한 SM-6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 해군이 2020년대 중반부터 도입할 차기 이지스구축함은 항공기 방어와 탄도미사일 추적 및 요격 작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베이스라인 9를 장착할 예정이다. 베이스라인 9는 SM-3와 SM-6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정부 차원의 정책적 결정만 내려지면 운용에 큰 문제는 없다.
해군은 일단 북한 탄도미사일 탐지, 추적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2월 해군본부 정보화참모부 산하에 북한 탄도미사일 대응을 전담할 탄도탄방어체계과를 신설해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이 수집한 북한 탄도미사일 정보를 정보화체계를 통해 신속히 전파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차기 이지스구축함 도입에 맞춰 북한 탄도미사일을 해상에서 요격하는 작전개념을 검토,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 수립 과정에서 국방부, 합참과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