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함께 지낼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을 숙지하고 감염을 예방하면 사람과 동물 모두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동물로부터 옮을 수 있는 감염병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고양이 쓰다듬고 눈 비비는 것도 금물
파상풍은 동물에 물렸을 때 감염될 수 있는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다. 개, 고양이, 조류 등 동물과 사람의 대변에 섞여 있는 파상풍균이 인체에 침입해 발생한다. 물린 뒤 3일에서 3주 후에 발병하는데, 두통, 불안증, 근육 경직 또는 저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련 때문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50% 정도가 사망한다. 따라서 개나 고양이에게 물렸을 때는 즉시 병원에 가서 항독소와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고양이는 사람에게 묘소병을 옮길 수 있다. 고양이가 할퀴거나 물었을 때 세균이 침투해 생긴다. 묘소병을 일으키는 세균은 고양이 털에도 묻어있기 때문에 고양이를 쓰다듬은 손으로 눈을 비벼도 감염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은 대부분 자연치유되지만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나 당뇨병 환자, 에이즈 환자 등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의 경우 뼈, 간, 비장 등에 염증이 퍼져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광견병 바이러스가 신경을 통해 중추신경계에 침입하면 신경마비를 일으키며 발병 4∼10일 만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잠복기가 보통 4∼8주로 길어 초기에 진단하기는 어렵다.
동물에게 물리지 않더라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동물의 세균이나 기생충이 사람 몸에 침투할 수 있다. 톡소플라스마는 주로 고양이로부터 감염된다. 오염된 흙이나 물, 고기류, 감염된 고양이의 대변으로부터 옮길 수 있다. 특히, 임신부가 감염되면 태아에게 전염돼 사산, 유산되거나 선천성 기형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동물에게 물리거나 긁힌다고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동물의 건강 상태에 따라 자칫 치명적인 감염병에 걸릴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찾아 상처를 깨끗이 치료하고 항독소와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은 감염되기 전에 주의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배설물이나 배설물로 더러워진 물건은 만지지 않아야 한다. 반려동물의 대소변으로 더러워진 카펫 등을 청소하고 난 뒤에는 즉시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못 쓰는 칫솔을 이용해 손톱 밑까지도 잘 씻어야 한다.
임신부나 아이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반려동물의 잠자리나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반려동물 화장실로 모래통을 자주 이용하는데, 아이들이 모래로 장난을 하거나 만지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를 줘야한다. 반려동물과 입을 맞추거나 음식을 함께 먹는 일도 위험하므로 피한다.
반려동물의 위생과 건강에 신경쓰는 것도 중요하다. 묘소병 예방을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고양이의 발톱을 깎아주어 긁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새끼 고양이가 더 많이 감염되므로 새끼 고양이를 키울 때 더욱 주의를 요한다. 또 모든 반려동물은 담당 수의사가 권하는 때에 맞춰 기생충 약을 먹이고 예방접종을 해줘야 한다.
윤종률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이 병에 걸렸거나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지 않은 떠돌이 동물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동물과 함께 지내더라도 몇 가지만 주의하면 동물과 사람 모두 건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