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늘어진 밧줄 주위로 물이 한두 방울 떨어지는 걸 보면서 직장인 서모(34)씨는 내심 불안했다. 주변에 이들을 지켜보는 직원도 없는 탓에 사고라도 나면 전혀 막을 방법이 없어서다. 도착한 버스에 오르면서 서씨는 건물 외벽 청소부(청소부)들이 무사히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를 바랐다.
‘로프공’으로 불리는 청소부의 부실한 안전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지만, 이들이 의지할 데라고는 옥상에 고정된 밧줄뿐이다. 바람이라도 불면 줄이 좌우로 흔들리는 탓에 아래서 지켜보는 일부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고층빌딩 근처를 지나던 이모(29)씨는 수십m 위 매달린 여러 청소부와 아래에서 지켜보는 경비원을 번갈아 보고는 ‘아무리 그들의 안전을 지적해도 현실이 이렇구나’하고 안타까워했다.
줄이 얼마나 튼튼한지 알 수 없지만, 청소부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최씨는 “몇 개월 전 아파트 청소부 추락사 소식을 접하고서는 ‘줄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밧줄이 정말 안전한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청소부들이 의지하는 밧줄 지름은 1.8cm다. 작업용 의자(달비계)와 기타 장비 등을 매달면 몸무게 70kg 성인이 작업에 투입된다고 가정했을 경우, 0.1t에 가까운 무게를 밧줄이 버텨야 하는 셈이다. 한 업체는 최대 3t을 견딜 수 있다고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달비계 안전 작업 지침’이 외벽 작업 시 지켜야 할 사항을 표시하고 있지만, ‘빨리 일을 하려는’ 일부 업체는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사자 수도 정확한 파악이 어렵고, 청소부들의 추락에 따른 산업재해 신청 현황도 집계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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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달비계 안전작업 지침' 일부 캡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제공. |
청소부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 중에는 소방용 에어매트를 설치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다. 고층건물 옥상 등에서 소동을 피울 경우 설치되는 에어매트가 안전성을 더해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청소부 추락사고 기사에 “건물의 에어매트 보유를 의무로 하는 법안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소방자재업계에 따르면 에어매트는 5층, 10층, 15층, 20층짜리로 분류한다. 가로 4m에 세로 6m(5층 기준)로 높이에 따라 단면적이 조금씩 넓어진다. 바람을 꽉 채우면 5층짜리 매트를 기준으로 높이 2m 조금 넘게 부풀어 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청소부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거라면 문제없겠지만, 근처에 공간이 충분한지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외벽 청소 업체는 “소방용 에어매트가 얼마나 비싼지 아느냐”며 “설치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확인해본 에어매트 가격은 수백만원단위다. 주기적으로 외벽 청소를 하는 서울의 한 호텔에도 “에어매트 보유를 논의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 확인 후 연락해주겠다던 해당 호텔 관계자는 답을 보내오지 않았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