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올해 특수활동비 예산은 4930억원에 달한다. 내년도 비슷한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이 타 부처에 편성해 주는 예산안까지 합치면 규모는 더 늘어난다. 그러나 국정원이 이 막대한 금액을 어떻게 쓰는지는 국가기밀을 이유로 철저한 비밀에 부쳐져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31일 통화에서 “특수활동비가 어떻게 쓰여지는지는 국정원 내에서도 기획조정실장이나 총무국장 등 극소수만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국정원장도 잘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위가 예·결산 심의를 하지만 정보위원들만이 국정원 예산을 볼 수 있다. 보좌관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소수 위원들이 막대한 국정원 예산을 며칠 만에 ‘훑어보는’ 식으로 예·결산 심의가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예산심의권을 지닌 국회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19대 국회에서는 정보위 내에 정보감독지원관을 두어 예산통제를 강화하는 법안(국회법)이 제출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법안을 냈던 국민의당 문병호 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20대 국회에서도 국민의당 주도로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겸임 상임위인 정보위원회를 상설 상임위로 변동시키고, 정보위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의원들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 통제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예산은 재정 당국의 통제 바깥에 있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