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버락 오바마 미 정부는 미국과 중국을 G2(주요 2개국)로 동등한 반열에 올려놓으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이유로 신형대국관계로 미·중 관계를 규정하는 데 거부감을 보였다.
트럼프가 쳐다보자… 주머니서 손 빼는 시진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듯한 재밌는 장면이 포착됐다. 지난 8일 시 주석의 안내를 받아 베이징 자금성 일대를 둘러보던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시 주석은 급히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빼고 차렷 자세를 취하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유튜브 화면 캡처 |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력한 중국의 지도자로 자리를 굳힌 시 주석과 그가 이끄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추락하고 시 주석은 떠오르고 있으나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결과를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개월을 앞두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고, 7일 실시된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등에서 공화당이 참패함으로써 수세에 몰리고 있다. 특히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칼끝이 그를 겨냥하고 있다.
시 주석은 최근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마오쩌둥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차지했던 ‘세계 최강의 지도자’ 타이틀을 시 주석에게 넘겼다.
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 환영행사가 끝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천안문 광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CNN은 “역대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때는 지난 70여년 동안 유지해온 미국의 절대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중국 지도자보다 우위에 섰다”고 지적했다.
이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중국에서 시 주석을 만날 때는 미국 워싱턴의 정치적 소용돌이와 중국이 주도한 지정학적 변화의 현실을 고려할 때 두 사람 중 누가 우위에 서는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방문을 통해 북한 및 무역 현안을 놓고 미·중 간 대결보다는 협력을 모색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엄청난 케미스트리’를 보였다고 강조했고, 미·중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중국을 비난하지는 않겠다”고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 곳 바라보는 트럼프·시진핑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
WP는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의 두 지도자가 북한, 무역, 사이버 보안 문제 등에 관해 어떻게 협력하는지 세계가 지켜보았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권력 기반을 강화한 시 주석이 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문 직후 중국을 방문한 탓에 피로가 누적됐다는 이유로 시 주석과 만찬을 20분으로 예정했으나 식사 시간이 2시간을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매 순간을 즐겼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시 주석은 그러나 미·중 양국의 ‘윈윈’을 강조하며 극도로 절제된 태도를 보였다고 WP가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