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우발적인 군사 충돌 사태가 발생하면 주한 미군은 병력과 장비 부족으로 북한 인민군에 압도될 것이기 때문에 전투의 대부분을 한국군이 맡아야 할 것이라고 잔-마크 주아스 전 주한미군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 (공군 중장)이 미 의회에 보고했다. 주아스 중장은 7일 자로 미 하원의 테드 리우 (민주,캘리포니아)·루벤 갈레고(민주, 애리조나) 의원과 태미 덕워스 (민주, 일리노이) 상원의원에게 서한 형식의 보고서를 보냈다고 뉴스위크가 이 보고서를 입수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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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KF-16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
지난 2012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유엔사 부사령관과 제7 공군 사령관으로 한국에서 근무한 주아스 중장은 “주한 미군이 현재 2만 8500명가량 주둔해있으나 북한의 병력에 완전히 압도될 것이고, 한국군이 전투의 대부분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 전쟁 이후 발생했던 모든 충돌 사태와는 달리 이제 우리(미군)는 적대 행위가 시작되기 전에 병력을 증강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군의 병력은 120만 명가량이라고 뉴스위크가 지적했다.
리우 의원 등 예비역 군인 출신 의원들은 지난 9월에 미 국방부에 북한이 한국을 공격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관해 보고하도록 요청했고, 미 국방부는 마이클 듀몬트 미 합참 전략기획부본부장 (해군 소장) 명의로 이들 의원에게 답변서를 보냈다. 듀몬트 소장은 이때 북한의 핵시설을 찾아내 접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지상군 투입을 통한 북한 침공밖에 없다고 밝혔었다. 리우 의원 등 16명의 군 출신 의원들은 북한을 상대로 한 장기전, 지상전이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의회 차원에서 한반도 군사 충돌 사태를 점검하려고 미군 당국에 추가 보고서 제출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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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마크 주아스 전 주한미군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 |
주아스 중장은 이 보고서에서 한반도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미군 지원군, 군사 장비, 보급품 등이 한반도에 도착하는 데 몇 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군 지원군이 도착하면 그들의 기지가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화학무기의 공격 위험에 노출돼 있을 것이고, 이런 이유로 이들이 실제 전투에 가담하는 게 더 늦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주아스 중장은 서울을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 로켓포, 미사일 등을 제압하는 데에 며칠이 걸리고, 그 사이에 2500만 명가량이 거주하는 수도권에서 막대한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며 수십만 명에 달하는 비전투 미국인을 소개해야 하는 위기 사태가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정권이 핵무기나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한국 일반 국민 보호와 미국인 소개 작전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그가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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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구축함 충무공 이순신함이 SM-2 함대공미사일을 표적을 향해 발사하고 있다. 해군제공 |
주아스 중장은 “미국이 북한에 어떤 군사 작전을 할 경우에, 그 작전이 아무리 제한적이어도 이것이 반드시 전면전으로 이어질 것이며 미국이 북한의 핵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위협이 냉전 종식 이후 가장 위험하고, 이에 따른 대비책을 세우는 게 지난 35년의 군 생활 중에서 가장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우 의원은 “중동에서 발생하는 분쟁과는 달리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데 미군이 현시점에서 병력과 장비를 한반도에 보낼 수가 없다”면서 “미군의 이 같은 움직임이 북한의 공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리우 의원은 미군이 첨단 장비와 세계 최강의 공군력을 자랑하고 있으나 북한이 대규모 군대를 서울 등 인구 밀집 지역에 급파하면 미군의 이런 군사력의 우위가 무위에 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리우 의원은 “북한군이 서울에 도달하면 한·미 연합군은 북한군에 압도될 것이고, 공군력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