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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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자영업시장 이미 포화…신규 진출 '글쎄'

전체 비임금근로자 685만7000명 가운데 60세 이상이 201만2000명으로 29.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0세 이상 자영업자의 수와 비중이 정부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7년 8월 이후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올해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2015년 8월 조사 대비 14만1000명 늘었고, 비중은 1.9%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자영업자 가운데 대졸 이상 학력자 비율도 31.9%로 조사 시작 후 가장 높았습니다. 고령·고학력 자영업자가 급증한 것은 전체 인구에서 60세 이상이 가장 많이 증가한 데다, 고학력 직장인들이 퇴직한 뒤 자영업에 많이 뛰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혼자 또는 가족 도움을 받아 사업하는 '나홀로 사장'은 413만7000명(전체의 60.3%)으로 2년 전보다 11만1000여명 증가했습니다. 최근 2년간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의 절반 이상(57.4%)이 직전에 월급쟁이였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다 실직하거나, 정년 퇴직하자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든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영업자의 사업 유지 기간은 2년 미만 32.2%, 2~4년 28.8%로 61%가 5년을 버티지 못했고, 5년 이상은 39.0%에 불과했습니다. 이미 자영업이 포화상태여서 신규 진출이 어렵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자영업에 뛰어든 10명 중 3명은 종잣돈이 채 500만원도 되지 않았다.

지난 8일 '2017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올해 8월 기준 표본 3만2000가구에 속한 비임금근로자 가운데 최근 2년 내 자영업을 시작한 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종잣돈을 의미하는 사업자금을 규모별로 보면 500만원 미만이 전체의 28.3%로 가장 비중이 컸다.

△500만∼2000만원 22.0% △2000만∼5000만원 21.1% △5000만∼1억원 16.6% △1억∼3억원 10.9% △3억원 이상 1.2% 순이었다.

종잣돈이 2000만원이 되지 않는 자영업자는 50.3%로 절반보다 많았던 셈이다.

◆신규 자영업자 10명중 3명, 종잣돈 500만원도 안돼

직전 조사인 2015년 8월과 비교하면 500만∼2000만원 구간이 3.5%포인트 상승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종잣돈이 많을수록 기대 수익이나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된다.

올해 조사 결과는 그만큼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이 영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들어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사업 시작 시점을 2년에서 1년 내로 좁히면 종잣돈 500만원 31.5%, 500만∼2000만원 21.8%로 영세업자 비중이 더욱 커진다.

종잣돈 조달방법을 보면 본인 또는 가족이 마련한 돈(68.8%)의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빌린 돈도 적지 않았다.

은행·보험회사·상호신용 금고는 31.5%, 친지 또는 동업자 자금 7.8%, 타인에게 빌림 5.0%, 정부보조 또는 지원 등 1.4% 순이었다.

그만큼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의 자본금 축적이 여의치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업 시작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사업자금 조달'(28.6%)을 가장 많이 꼽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2년 전보다 1.3%포인트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이 시대 자영업자의 영세성이 그만큼 더 높아졌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자영업자 57.4%, 이전 직업 '임금근로자'…실직한 뒤 재취업 실패 후 창업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의 절반 이상(57.4%)은 직전 직업이 임금근로자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비교적 안정적인 월급을 받다가 실직한 뒤 재취업에 실패,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사실상 내몰렸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응답자 중 10명 중 9명(88.9%)은 사업 준비 기간이 1년 미만에 불과했다. 1∼3개월도 52.0%로 절반 이상이었다.

사업자금 규모 등 전반적인 조건이 악화한 것은 '나홀로 사장'이 증가한 데다, 지난해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직업을 잃은 이들이 생업을 위해 자영업에 뛰어든 경우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이밖에 사업 시작 동기 응답을 보면 '자신만의 사업을 직접 경영하고 싶어서'가 71.0%로 가장 높았고, '임금근로자로 취업이 어려워서' 16.4%, '기타' 12.5%가 뒤를 이었다.

다른 자영업을 하다가 업종을 바꾼 경우를 분석한 결과 향후 자영업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 전환의 사유는 '수익이 더 나은 업종으로 바꾸기 위해서'가 36.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직전 사업이 부진하여'(27.0%), '직전 사업이 전망이 없어서'(17.0%) 등이었다.

직전 사업 유지 기간은 5년 이상이 39.0%로 가장 많았다. 이어 2년 미만(32.2%), 2년 이상∼4년(28.8%) 순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