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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추억’ 뮤지컬로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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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80·90년대 향수 자극하는 공연 풍성 / 영화로 유명 시스터 액트·타이타닉 / 드라마서 무대로 옮긴 모래시계 등 / 송년회 단체관객 고려 대중성 강조 / “친근함 내세워 중장년층 관람 유도” / 스타마케팅 탈피 창작·신작도 많아
연말 뮤지컬 시장의 서막이 열렸다. 올겨울에는 신선한 신작·창작 뮤지컬이 다수 눈에 띈다. 1980·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들도 포진해 있다. 드라마·영화가 원작인 공연들도 여럿이다. 보통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의 재공연이 많았던 예년과 다른 양상이다. 연말에는 송년회·문화 회식에 나선 단체 고객이 증가하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을 겨냥하다 보니 영화 등으로 이미 친근해진 소재가 전면 배치됐다. 제작사들이 최근 2∼3년간 흥행 보증수표 같은 작품을 재공연해 오다 변화를 모색하는 시점인 것도 새 얼굴들의 등장에 한몫했다. 중년 관객이 갈수록 느는 것 역시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탰다.

올겨울에는 영화·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신작·창작 뮤지컬이 다수 눈에 띈다. 1980·9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도 많다. 뮤지컬 ‘타이타닉’의 한 장면.
 ◆타이타닉·시스터 액트… 영화와 다른 감동을

라이선스 초연작인 ‘타이타닉’은 영화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 1998년 작 동명 영화보다 1년 앞서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신분이 다른 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꿈의 선박’에 탑승한 1등실의 세계적 부호부터 3등실 이민자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린다. 이 때문에 특정 주인공이 없다. 여러 인물이 보이는 탐욕과 성장 지상주의, 계급 격차에 대한 비판, 지고지순한 사랑과 꿈 등을 한 배에 담았다. 연출을 맡은 에릭 셰퍼는 “비극 속에서 꽃핀 인류애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문종원, 서경수, 윤공주, 임혜영, 김용수, 조성윤 등이 출연한다. 내년 2월11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한 장면.
7년 만에 공연하는 ‘빌리 엘리어트’ 역시 연말 기대작이다. 동명 영화를 연출한 스티븐 돌드리가 ‘라이언킹’ ‘아이다’ 등의 음악을 작곡한 엘튼 존과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2005년 영국 런던 초연 후 미국 브로드웨이 등에서 공연되며 현재까지 약 11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1980년대 영국 탄광노조 대파업 시기, 마초적인 아빠, 형과 사는 탄광촌 소년 빌리가 어렵게 발레를 배워 왕립발레학교의 문턱을 넘기까지 여정을 그렸다. 젠더와 편견, 꿈과 열정, 가족애까지 다양한 주제를 담아 감동을 전한다. 지난해 4월부터 진행된 치열한 오디션과 훈련을 통과한 김현준(12)·성지환(11)·심현서(10)·천우진(13)·에릭 테일러(10)가 빌리로서 관객과 만난다. 28일부터 내년 5월7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디큐브아트센터.

뮤지컬 ‘시스터 액트`의 한 장면.
오리지널 내한공연인 ‘시스터 액트’는 우피 골드버그가 출연한 1992년 작 동명 영화로 유명하다. 이야기 얼개는 영화와 같다. 최고 디바를 꿈꾸는 삼류 가수 들로리스가 우연히 범죄를 목격하고 수녀원에 숨게 되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다. 골드버그가 뮤지컬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2011년 3월 브로드웨이에 처음 진출했다. 이번 공연팀은 지난 5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필리핀, 중국, 일본을 거쳐 한국을 찾는다. 특히 배우 김소향이 이 작품에 동양인 최초로 캐스팅됐다. 오스카·그래미·토니상에서 12차례 수상한 영화음악의 거장 앨런 멩컨이 작곡을 맡았다. 25일부터 내년 1월 21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80·90 향수를 무대로… 모래시계·광화문 연가

올겨울은 ‘타이타닉’ ‘시스터 액트’를 포함해 ‘80·90 향수’를 자극할 작품이 많다. ‘모래시계’도 이 중 하나다. 1995년 ‘귀가 시계’라 불리며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동명 드라마가 원작이다. 뮤지컬은 태수, 혜린, 우석이 조폭 두목과 재력가, 검사로 크기까지 어긋난 사랑과 우정을 다룬다. 24부작인 원작을 2시간반 분량 뮤지컬로 어떻게 옮겼을지가 관건이다. 태수는 김우형, 신성록, 한지상, 혜린은 조정은, 김지현, 장은아, 우석은 박건형, 강필석, 최재웅이 연기한다. 연출은 조광화가 맡았다. 12월 5일부터 내년 2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뮤지컬 ‘모래시계’ 프로필 사진 촬영 현장 스틸컷.
‘광화문연가’는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로 채운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옛사랑’ ‘붉은 노을’ ‘광화문연가’ 등 명곡과 함께 시간여행을 떠난다. 극은 임종을 앞둔 주인공 명우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젊은 날을 회상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연출가 고선웅이 대본을 썼고, 이지나가 연출을 맡았다. 명우는 안재욱, 이건명, 이경준, 명우의 시간여행 안내자인 월하는 정성화와 차지연이 연기한다. 12월 15일부터 내년 1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이 외에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뮤지컬로 옮긴 ‘햄릿:얼라이브’, 포크 그룹 동물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그 여름, 동물원’이 관객을 찾는다.

◆대중성·친근감 갖춘 작품 많아… “시장 변화기”

올겨울 창작·신작과 대중성을 갖춘 작품이 많은 것은 시장변화의 신호로 볼 수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그간 뮤지컬 시장이 비약적으로 팽창했지만 볼거리가 많고 화려한 작품이 시장을 이끌다 보니 스타 마케팅에 집중하거나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작품이 많았다”며 “이제는 시장이 반환점을 돌면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욕구가 생기고, 창작·소극장 작품들이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CJ E&M 박종환 공연사업부 팀장은 “작년 연말 제작사마다 재연작이 많았는데, 레퍼토리를 2, 3년 간격으로 반복해 올리다 보니 올해는 초연작들이 몰린 것 같다”고 봤다. 연말이라 뮤지컬을 가끔 보는 단체 관객이 많은 데다 공연 소비 연령이 높아지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박 팀장은 “연말에는 그간 공연을 잘 안 본 잠재 고객이 회식 등으로 많이 오고 중장년층 수요가 많아진다”며 “공연계의 꾸준한 숙제는 잠재 관객 개발이다 보니 이번에 향수와 친근함을 내세운 작품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