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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앞에선 '충신' 뒤에선 '순순히 자백'…정호성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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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65·구속기소) 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삼국지 등장 인물이 ‘상산 조자룡’인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직접 펴낸 자서전에 “내 첫사랑은 조자룡”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군웅이 할거하는 난세에 제대로 자리조차 잡지 못한 유비에게 변함없는 충성심을 보이다 스러져간 조자룡은 ‘의리’를 중시하는 박 전 대통령의 이상형 그 자체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호성(48·〃) 전 청와대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에게 조자룡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뒤늦게 불거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상납 혐의를 순순히 자백하는 그의 모습은 ‘모든 건 내 탓’이라던 기존 입장과 상반된다. 안봉근·이재만 두 전직 청와대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정원 돈을 상납받았다”고 진술한 상황에서 이제는 정 전 비서관마저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대쪽같은 충심’으로 법정을 ‘눈물바다’ 만들던 정호성

“대통령께서 재판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증언을 일절 거부합니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그야말로 ‘둘도 없는 충신’으로 통했다. 박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61·〃)씨에게 국가 기밀문서를 “컨펌(확인)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에 대해서도 “그건 대통령이 아닌 내가 잘못한 것”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건유출’을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지난달 25일 법정에서 “실무진에서 기획한 대로 했으면 대통령께서도 편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잘해보시겠다는 생각에 (최씨에게) 조언을 구하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지인에게 의견을 묻는 건 정상적인 통치행위라고 생각했다”며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정 전 비서관의 충심에 감복한 박 전 대통령은 눈물을 보이며 목례로 화답했고, 유영하 변호사는 울먹이며 생수를 들이켰다. 지켜보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도 덩달아 울음을 터뜨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재판이 열린 417호 형사대법정은 한바탕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신파극장으로 변했다. 법정 경위들은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한 정숙 유지를 당부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직후 자취를 감춘 안봉근·이재만 두 전직 비서관과 달리 ‘옛 주군’의 결백을 주장하는 유일한 ‘충신’으로 급부상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은 “역사가 당신을 재평가할 것”, “차기 국회의원감”이라며 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믿었던 충신, 너마저”…정호성의 ‘자백’

그랬던 그가 결국 돌아섰다. 정 전 비서관이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챙긴 사실을 검찰에 자백했다. 두문불출하던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이 지난 3일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된 시점과 맞물려 벌어진 일이다.

국정원의 특활비 상납 정황이 새롭게 포착되면서 정 전 비서관 본인은 물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추가 조사도 불가피해졌다. 서초동은 ‘박근혜정부 비자금 사건’이라는 블록버스터급 사건을 맞이하게 됐다.

역대 대통령 중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형사처벌 받은 인물은 1995년 11월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돼 징역 15년에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이래 없었다.

최측근인 ‘문고리 3인방’의 자백에 이은 박근혜정부 시절 역대 국정원장들이 줄줄이 수사받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혐의가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영원한 ‘조자룡’이 되는 길을 포기한 정 전 비서관의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15일 열릴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그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