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기본적으로 보험자 진영(질병조합)과 의사 진영(보험의사협회 등)이 합의를 통해 수가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의사협회가 의료서비스의 원가정보뿐 아니라 경영정보까지 충실히 제공하면 이를 바탕으로 보험자 쪽에서도 기반 데이터 및 객관적 근거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베를린 직장건강보험공단(AOK)의 헨리 코텍 보험정책담당관은 “독일의 의료수가 결정체계는 비스마르크 시절부터 토대를 갖춘 뒤 지금까지 제도적 보완을 거듭해왔다”며 “양자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는 심판조정위원회가 수가를 최종 결정하게 되지만, 그 전에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같이 보험자와 의료계, 정부 등이 공동으로 의료수가를 결정할 수 있는 합의체계를 갖추고 있다. 더 적게 내고 싶은 보험자와 더 많이 받고 싶은 의사의 입장이 완벽히 충족되지는 않지만 합의과정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구축이 돼 있는 것이다.
물론 다수의 유럽국가에서는 의료가 공공영역에 속하는 등 우리나라의 사정과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적정수가 도입을 위한 당사자 간 합의는 필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객관적인 원가 산정 자료를 공유해 신뢰도 높은 의료수가 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정한 적정 수가를 제공해 과잉·중복진료의 감소, 의료의 질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리·베를린=김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