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건보제도를 살펴보기 위해 방한하는 외국방문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43개국에서 370여명이 한국을 찾았다. 이 가운데 민간 중심의 의료보험체계에서 공공의료의 보장 강화를 노리는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개발도상국가가 대부분이다.
1963년 의료보험법을 제정한 우리나라는 1976년까지 직장 및 지역조합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을 거치며 운용 경험을 축적한 뒤 1977년 의료보험 시대를 열었다. 건보는 5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농어촌과 도시, 5인 미만 규모 사업장까지 확대된 뒤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맞이했다.
유럽 국가들이 전 국민을 포괄하는 건보제도를 갖추기까지 100년 정도 걸린 점을 감안할 때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직장과 지역, 공무원·교직원 등 3가지로 갈라져 있던 의료보험조합은 2000년 의약분업 시행과 함께 통합됐다. ‘국민건강보험’이란 이름의 단일 보험체계가 완성된 것이다.
여기에 수준 높은 의료체계를 구축한 것이 맞물리며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평균 수명은 82.2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0.6세)을 웃돌고 영아사망률 또한 1000명당 3.0명(OECD 평균 4.0명)으로 양호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율은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로 인해 보장률도 낮다 보니 별도의 민간보험 의존도가 커지며 가계의 의료비 지출을 키우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고효율이라며 만족스러워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급속히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재정을 충당할 사람은 줄어들지만 노인 의료비는 급증하는 기형적 구조가 심화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중증질환 및 고액 진료 보장성 강화, 아동 입원·치매 국가책임제도 등까지 감안하면 충분한 재원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선진국 수준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안정적인 운용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재정지출을 효율화하는 노력을 해야 하고, 다른 측면에서는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국고지원 확대와 다양한 재원의 확보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