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을 알리고 있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이 전 재판관은 자신을 '살해하겠다'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대학생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혀, 젊은 청년이 전과자가 되는 것을 막았다. 사진=YTN 캡처 |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을 살해하겠다는 협박 글을 인터넷에 올린 재판에 넘겨진 대학생에 대해 이 전 재판관이 선처, 재판을 받지 않도록 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조형우 판사는 협박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최모(25)씨의 재판을 열고 "피해자가 서면 사과를 받아들여 처벌 불원 의견서를 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다"고 알렸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협박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표시하면 공소 기각(재판자체를 하지 않음)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이 전 재판관은 지난달 30일 재판부은 지난달 30일 재판부에 최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조 판사는 "최씨가 '박사모'가 아니고 박사모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조성하고자 글을 올렸던 것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내용이 끔찍하고, 자극적이고, 과격한 것이어서 재판장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됐을 것으로 보이며 사회적 파장이 매우 컸기 때문에 결코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이 잘해서 처벌받지 않는 게 아니다"고 꾸짖었다.
조 판사는 "행동이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이었지만 아무쪼록 한 번의 실수로 그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충실하게 살아가라는 피해자 바람대로 기대에 부응하라"고 당부했다.
최씨는 지난 2월 23일 자신의 주거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온라인 카페 자유게시판에 '구국의결단22'라는 닉네임으로 '이정미만 사라지면 탄핵기각 아닙니까'라는 제목의 협박 글을 올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씨는 '헌재의 현행 8인 체제에서 이정미가 사라진다면 7인 체제가 된다. 탄핵이 인용되려면 최소 6인이 찬성해야 하는데 헌법재판 특성상 판결 해석의 다양성 명분으로 인용 판결도 기각 1표는 반드시 있다. 그럼 1명만 더 기각표 던지면 되는 건데 그 정도는 청와대 변호인단 측이 로비 등을 통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사료된다'고 썼다.
최씨는 '결론은 이정미가 판결 전에 사라져야 한다. 저는 이제 살 만큼 살았다. 나라를 구할 수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이정미 죽여버리렵니다'라고 했다.
체포된 최씨는 "그런 글을 올리면 박사모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해칠 의사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