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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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 “하루새 세상 바뀌었다”… 짐바브웨 ‘기쁨과 불안’

군부 쿠데타 성공… 정국 격랑 / 민주화 열망 커졌지만… / AFP “시민들 변화 기대감에 들떠” / 과도정부 구성돼 민주 선거 희망 / 유엔 총장 “헌법에 따라 해결을” / 또다른 독재자 출현 우려 / 권력투쟁 핵심 음난가그와 주목 / 군부, 12월 대통령 대행 선출 유력 / 더타임스 "과도정부 지도자 될 것" / SCMP "최대 투자 中인지 의혹"
37년 장기 독재통치를 견딘 짐바브웨 국민 사이에 변화의 기대감이 일고 있다.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짐바브웨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나라의 앞날이 마냥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5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93)이 장기 집권하던 짐바브웨에서 군부가 실권을 장악한 데 대해 비폭력과 자제를 호소하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도 소셜미디어에 “아프리카에 독재가 설 자리는 없다”며 “짐바브웨인들이 헌법에 따라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로 자국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음난가그와 前 짐바브웨 부통령
짐바브웨 거리에는 37년 독재가 하룻밤에 종식된 데 대한 놀라움과 기대감이 퍼졌다. AFP통신은 수도 하라레 시민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지금까지 우리 상황은 한심했다. 변화가 필요했다”며 기쁨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이제 짐바브웨는 과거와 단절한다”며 “즉시 과도정부가 구성돼 선거일정을 확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지 소식통들은 권력 중심이 차기 유력 주자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가베 대통령 부인 그레이스(52)와 권력경쟁 구도 속에 경질된 후 외국으로 도피한 에머슨 음난가그와(75) 전 부통령이 가장 주목받는다. 그는 쿠데타를 유발한 권력투쟁의 핵심 인물이자 쿠데타를 주도한 콘스탄티노 치웬가 군사령관과 가까운 사이다. 치웬가 사령관이 음난가그와를 구하고 또 자신을 해임하려는 무가베의 의도를 간파해 쿠데타를 단행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군부는 음난가그와를 부통령직에 복귀시킨 뒤 다음달로 예정된 집권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 회의에서 대통령 대행으로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6일 무가베가 금주 대통령직 사임을 발표하고 음난가그가 과도정부 지도자에 오를 것 같다고 보도했다.

무가베의 혁명 동지인 음난가그와는 보안장관 등 정부 요직을 거치면서 짐바브웨의 2인자로 군림해 왔다. 장기 독재를 도운 측근이지만 막판 권력 승계 과정에서 부인을 후계자로 내세우려는 무가베와 충돌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음난가그와가 정권을 장악하면 국민이 바라는 민주화와 개방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짐바브웨 장래에 비관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무가베의 실각은 짐바브웨의 세대 변화가 아닌 옛 혁명세대 동지들 간 다툼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별명이 ‘악어’인 음난가그와는 1980년대 무가베에 반대하는 은데벨레 부족 학살에 관여하는 등 악명을 떨쳐왔다. 2008년 선거에서 무가베에 유리하게 과정과 결과를 조작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짐바브웨의 최대 투자국이자 교역국인 중국이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리란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치웬가 군사령관이 지난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인민해방군 지휘부와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짐바브웨의 128개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이상혁 선임기자 nex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