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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포항 내륙에 지진이 일어난 건 1982년과 1988년, 1999년, 2002년뿐이었다. 네 군데 모두 발생 지역이 겹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15일 지진이 발생한 지점과 거의 같은 곳에서 지진이 잇따르기 시작한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지구과학교육)는 “이 지역에 관심이 있는 지진 전문가라면 중규모 지진을 염두에 두고 유심히 모니터링했을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전에 없던 지진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규모 5.0 이상의 지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주지진 진원과 가까운 양산단층 주변의 신생대 퇴적층에 형성된 곳은 요주의 지역이다.
양산단층이 경주지진을 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논란이 많다. 다만 경주지진은 양산단층의 서쪽에서, 포항지진은 동쪽에서 발생한 점으로 미뤄 이 일대가 압력을 받고 있으리라 유추할 수 있다. 지질이 언제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는가도 중요한 변수다.
포항지진은 경주지진보다 에너지는 4분의 1이었지만 피해 규모는 훨씬 크다. 지표와 가까운 곳(지하 9㎞)에서 발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지역의 무른 땅과도 관련이 있다.
구호 해병대원들이 16일 전날 규모 5.4 강진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에서 피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포항=하상윤 기자 |
16일 광주 북구 중흥어린이집에서 광주 북구 재난안전팀 지도로 원생들이 지진 대비훈련을 하고 있다. |
지진이 일어난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는 신생대 제4기 연일층군으로 분류되는 퇴적층이다. 신생대 퇴적암은 완전히 굳지 않은 연암이어서 어떤 곳은 손으로 힘을 주면 부서질 정도로 약하다. 이런 곳에서는 지진파가 증폭되기 때문에 진원지가 아니어도 더 큰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경상도에서는 울산 북구와 부산 강서·수영구, 경남 밀양군, 창원 일부 지역이 신생대에 만들어진 퇴적층이다.
포항 여진이 얼마나 오래, 최대 어느 정도 규모로 나타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해 경주지진(규모 5.8)에 비하면 현재까지는 횟수가 절반 수준이다. 지진 발생 후 24시간 동안 경주는 80차례, 포항은 43차례 흔들렸다. 16일 오후 7시 현재는 49회에 이른다.
경주의 경우 본진 발생 후 일주일 뒤 규모 4.5의 여진이 일어난 만큼 포항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경북 일대의 지각이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점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16일 경북 포항시 한국전력공사 흥해변전소에서 시설물의 안전상태 등을 점검하던 중 한전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는 “견고한 땅에서는 지진파가 빨리 전달되는데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우리나라 인근 지각의 지진파 전달 속도가 최대 3% 늦어졌다”며 “이는 지각이 약해졌다는 증거이며 이 상황에서 응력까지 쌓인 탓에 더 큰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해석도 있다.
윤 교수는 “지진이란 땅에 쌓여 있던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인데, 일본처럼 판의 경계부에 있다면 중규모 지진으로 에너지가 풀려도 계속 힘을 받고 있어 대형지진이 일어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판 내부여서 경계부만큼 큰 힘을 받지는 않는다”며 “일단 경주와 포항은 최근 지진으로 어느 정도 에너지가 방출된 만큼 당장은 큰 지진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지하수 수위 하락, 공기 중 라돈 농도 증가, 지진파(P파) 속도 감소는 대표적인 지진 전조 증상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런 전조 증상은 모든 지진 현상에 수반되지는 않는 데다 구체적인 발생시점과 장소를 특정하기 힘든 정보여서 실제 ‘지진 예보’는 어느 나라에서도 하지 않고 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