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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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대학 간판' 앞으로도 유효할까?

명문대가 좋은 직업 보장해주진 않아 / 눈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우리 교육 현실은 '제자리걸음'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많이 회자될 만큼 지금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진일보한 사회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은 아직 학계와 산업계에서도 그 개념을 정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그저 하나의 마케팅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다만 이런 논쟁과는 별개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우리 삶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는 예상만은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기술 활용도가 훨씬 높아지고, 기계문명이 인류를 위협할 만큼 발전하게 되면 당장 일자리가 줄어들고 현재의 직업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이는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지식과 능력을 습득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교육 및 직업 분야의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른 교육 및 직업 전망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향후 5년 내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올 거라고 예상했다.

절반 가까이(44%)가 현재 교육이 완전 다른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명 중 8명은 지금의 암기식, 주입식 교육제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지 않다고 바라봤다.

절반 가량(50.4%)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는 별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체 73.5%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가장 핵심적인 지식은 ‘사람(人)’에 대한 것이라고 답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과 직업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에 도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이런 변화에 대처할 만큼의 준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현대인들의 인지율이 부쩍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10명 중 9명 정도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을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특히 내용까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소비자가 4개월만에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용어와 내용을 모두 인지할 만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은 남성(39.6%) 및 20대(36.4%)와 40대(36%)에서 더욱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늦어도 향후 5년 내 가까운 미래에 완전히 도래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모습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 이미 한창 진행중이라는 의견(35.8%)이 가장 많은 가운데, 향후 1~2년(12.5%) 또는 3~5년(28.5%) 내 다가올 현상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이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시각의 경우 중장년층에서 보다 뚜렷했다.

곧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현재의 교육제도와 대학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먼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제도 관련 전체 응답자의 44%가 근본적으로 다른 형태로 변화 및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여성과 중장년층이 교육제도가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는 시각을 많이 드러냈다.

또한 자신의 최종학력이 낮고, 자녀의 연령이 높을수록 교육제도의 전면적인 변화를 많이 예상하는 것도 특징이었다. 현재의 시스템이 붕괴되거나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의견(21.4%)까지 더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 교육제도의 개선이 불가피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지금의 교육시스템이 현상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은 15.5%에 그쳤으며, 10명 중 2명(19.1%)만이 지금보다 더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바라봤을 뿐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학에 대한 전망도 이와 유사했다. 전체 42.2%가 지금의 대학시스템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형태로의 변화와 발전을 예상했으며, 현재 시스템이 붕괴되거나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의견도 28.8%에 달했다. 10명 중 7명은 현재 대학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10명 중 8명 "암기식·주입식 교육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지 않아"

하지만 아직 한국의 교육제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할 만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 전반적인 인식이었다. 10명 중 8명(82.2%)이 지금의 암기식, 주입식 교육제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바라본 것이다. 현재의 교육제도로는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창의성이 요구되는 미래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암기식, 주입식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이 강한 모습이었다.

또한 대학교육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81.1%가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이 미래지향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현재의 대학입시 제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제도라는 시각이 10명 중 6명(60.1%)에 달했다. 우리 대학교육의 방향이 변화무쌍한 미래사회를 준비하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보여진다.

대학교육이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은 특히 고학력자에게서 매우 뚜렷했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는 교육제도의 현실과는 다르게 소비자들은 이미 자녀들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을 시키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전체 응답자의 69.5%가 미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면 남들과 다른 교육을 시킬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또한 2명 중 1명(48.6%)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면 대학을 보내지 않을 의향도 있다고 응답했다.

◆"대학 간판 별 의미 없을 것" 50.4% vs "명문대학 이름값 여전히 유효" 54.9%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대학의 이름값이 중요할 것인가를 놓고 시각이 엇갈렸다. 전체 2명 중 1명(50.4%)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으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와도 우리나라에서는 명문대학의 간판이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의견을 가진 응답자도 절반 가량(54.9%)으로 비슷하게 나타난 것이다.

다만 중장년층의 경우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상대적으로 강한 반면, 젊은 세대는 향후에도 명문대학 간판은 중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조금 더 많이 갖고 있었다. 교육 문제의 당사자에 가까운 젊은 세대의 경우 미래사회에도 대학간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의식이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많은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 자녀를 둔 기혼자들도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 간판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43.2%)보다는 명문대 간판이 유효할 것이라는 생각(57.9%)을 더 많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 간판에 대한 엇갈리는 의견과는 달리 명문대가 좋은 직업을 보장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이 공감하는 모습으로, 전체 10명 중 7명(68.1%)이 앞으로는 명문대를 가도 좋은 직업을 갖기는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면 자신의 자녀가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갖는가와 관계 없이 명문대를 진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33.5%)은 적은 편이었다. 상대적으로 50대(40.8%)와 보수층(46.8%), 현재 고등학생 자녀를 둔 기혼자(45.3%)가 향후에도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많이 바랄 것으로 예상된다.

◆91.3% "평생 새로운 공부해야만 하는 시대"

무엇보다 미래에는 사람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73.5%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에 가장 핵심적인 지식은 결국 사람에 대한 지식이라고 바라본 것이다. 이는 프로그램이나 기계의 원리를 아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핵심적인 지식이라는 의견(59.6%)보다 많은 것으로, 비록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지만 그럴수록 ‘사람’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인식을 확인시켜준다.

다른 한편으로 현대사회는 평생 동안 지속적으로 새로운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라는데 대부분(91.3%)이 공감하는 것도 눈여겨볼만한 결과였다. 대체로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평생공부의 필요성을 보다 크게 느끼고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강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수학과 과학을 바탕으로 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주장(60.3%)이 많았지만, 철학이나 문학, 심리학과 같은 인문학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의견(55.8%) 역시 비슷한 수준이었다. 인문학 공부를 강조하는 의견의 경우 주로 대학원 이상의 고학력자에게서 훨씬 많은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