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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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20년-한국 경제 현주소] 이대로가면 '제2의 환란'…최대 과제는 '양극화' 해소

재벌·금융 분야 개혁도 저평가 / 저성장·혁신전략 부재 등 현안 / 54% “환란 버금갈 위기 가능성”
경제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양극화, 저성장을 넘어서기 위해 필요한 공공·노동·재벌·금융개혁이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양극화’를 꼽았으며 전문가 절반가량은 앞으로 외환위기에 버금갈 만한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19일 세계일보가 외환위기 발생 20년을 맞아 경제·경영학자와 기업인 등 50명의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노동·재벌·공공개혁과 관련해 A학점을 준 전문가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특히 노동개혁은 가장 미흡한 부문으로 평가됐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45명이 C, D, F학점을 매겼다. 10명 중 9명 꼴이다. 공공개혁도 43명의 전문가들로부터 C, D, F 수준의 저평가를 받았다. 금융,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그런 저평가 응답자가 각각 38명, 33명이었다.

경제전문가들의 이 같은 인식은 한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노동개혁을 비롯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묻는 질문(복수응답 기준)에 응답자의 31명은 ‘양극화’라고 답변했다.

그 뒤를 △저성장(22명) △혁신전략 부재(17명)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에 따른 노동격차(15명) △가계부채(13명) △청년실업(11명) △정부 규제(9명) △재정건전성 악화(3명)가 이었다.

인하대 강병구 경제학과 교수는 “양극화는 내수기반을 위축시키고 사회적 통합을 약화시켜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며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IMF도 한국 정부가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전문가들은 ‘외환위기와 비슷한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위기가 온다’는 데 27명(54%)이 응답했다. 이밖에 △그보다는 나은 상태가 될 것(13명) △동의하지 않는다(7명) △동의한다 (3명) 순이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따른 외환위기 가능성은 이전보다 낮아졌고, 건전성 규제가 도입됨에 따라 금융위기 가능성도 작아졌다”면서 “그렇지만 한국을 비롯한 모든 경제에서 경제환경이 새롭게 변화되는 데 따른 새로운 위기가 생겨날 가능성은 항상 있다”고 진단했다.

허찬국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외환위기와 같은 급성질환이 아니라 ‘숨이 차서 걷기도 힘든’ 경화증이 심해지는 형태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년 전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했을 때 현재의 한국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약간 좋은 편’이라는 응답이 29명(58%)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이 △매우 좋은 편(22%) △약간 나쁜 편(6%) △매우 나쁜 편(2%) 순으로 나타났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은 “외환위기 당시에는 자본유출에 극도로 취약했지만 지금은 여러 나라와 통화스와프도 다양하게 체결됐고, 대외환경 측면에서 개방도도 높아져 외환위기 직전보다는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천종·안용성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