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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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여 이장, 태양광업체서 ‘마을도로 이용료 3500만원’ 받았다가 일부 토해내

충남 부여에서 이번엔 마을 이장이 태양광발전소업체에 ‘마을안길 이용료’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특히 이 마을의 경우 업체로부터 받은 3500만원 중 1500만원을 이장 등 간부 대여섯명이 사적으로 챙기려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협박 및 업무방해, 횡령 미수 등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부여군은 지난달 중순 장의차 막은 뒤 수백만원을 받은 옥산면 마을주민들의 갑질 행위가 적나라하게 보도되는 바람에 이달 초순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군 차원의 장례문화 개선 자정결의대회까지 대대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충남 부여군 내산면 모 마을 뒤편에 H사가 지난 8월 말 준공한 태양광발전소 전경. 발전소 아래쪽에 있는 마을과는 법정 이격거리(200m)를 넘어선 300여m에 달하는 데다 중간에 울창한 수림대가 조성돼 차단된 상태다. 이 태양광발전소는 무인경비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업체 관계자가 연간 한두 차례 점검차 방문하는 게 전부다. 그런데도 마을간부들은 3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부여=전상후 기자

부여군은 장의차 통행료 징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 큰 수천만원대의 도로이용료를 징수한 것도 모자라 이를 마을 공금으로 처리하지 않은 채 마을간부 몇 명이 사적으로 챙기려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대한 파문을 차단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국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 중인 H사는 부여군 내산면 모 마을에서 300여m 떨어진 뒷산 부지 1만 6000여㎡에 지난 4월 초순 발전용량 1메가(300가구 사용 가능)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착공, 지난 8월 말경 완공했다.

20일 H사와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마을 이장 등 간부들이 태양광발전소 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도중 부여군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업체 측이 민원을 무마하기 위해 마을간부들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마을 도로 사용료 명목의 기부금 얘기가 나왔다.

H사 관계자는 “이장 등 마을간부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발전소에 올라가려면 마을안길을 통과해야 하는데 ‘도로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길을 막겠다’는 얘기를 하길래 돈을 주고 민원을 무마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새 정말 태양광발전소 짓기가 힘들다. 100㎾당 200만∼300만원 등 공정가격이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며 “법에 저촉되지 않는 지역이라도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업체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다. 운 좋게 좋은 이장을 만나면 다소 쉽고 원만하게 해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마을주민은 “지난 1월부터 8월말 사이에 이장 등 간부 몇 명이 2000만원, 1000만원, 500만원 등 세 차례에 걸쳐 3500만원을 받은 뒤 마을총회를 열어 보고도 하지 않은 채 1500만원을 나눠 가지려 한게 말썽이 돼 당시 이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최근 새 이장을 뽑았다”며 “돈도 지나치게 많이 받았을 뿐 아니라 마을주민을 속인만큼 경찰이 이 사건을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기 바란다”고 분개했다.

주도적으로 나서 돈을 받은 이장 K씨는 이에 대해 “그게 죄가 되는 줄 몰랐으며, 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여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사건을 인지해 업무방해, 협박 등의 혐의로 조사 중”이라며 “관련 업체와 해당 마을간부들을 상대로 위법, 부당한 행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법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해 결과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부여군 충화면 J마을 인근에 있는 S사 태양광발전소 전경. 마을은 이곳에서 2㎞ 떨어진 곳에 있어 보이지 않지만, 마을 이장단은 달랑 현수막 1개를 며칠 걸어 민원을 야기한 뒤 업체로부터 총 600만원을 받았다. 부여=전상후 기자
부여군 내산면 모 마을 입구에서 태양광발전소가 있는 마을 뒤편 방향으로 렌즈를 맞춘 전경 사진. 울창한 수림으로 인해 발전소가 보이지도 않는다. 좌측에 보이는 폭 3m 규모의 마을안길 이용료 명목으로 간부들이 돈을 요구해 받았다. 부여=전상후 기자

한편, 내산면 인근 충화면 모 마을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마을에서 2㎞ 정도 떨어진 산기슭에 건설된 태양광발전소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뒤 500만원을 받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이장 C씨는 “태양광발전소 건립이 이미 거의 완료된 뒤고 해서 기분 좋게 해줬더니 그쪽에서 500만원을 마을에 내놨다”며 “그 후 노인회 어른들과 상의, 500만원중 100만원은 장학기금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태양광발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원자력발전의 위험성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태양광발전이 그 중심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러나 발전소를 할만한 현장에 가보면 어느 곳이나 이장단 갑질이 도사리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법에 어긋나는 갑질은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여=전상후·김정모 기자 sanghu6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