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12 경주지진의 경우 지진 발생 일주일이 되던 날 저녁 규모 4.5의 여진이 찾아와 경주 일대를 다시 공포에 몰아넣은 바 있다. 여진에 대한 의문점을 모아 정리해봤다.
액상화 현상 조사 기상청 관계자들이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에서 액상화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시추작업을 하고 있다. 액상화 현상은 땅속 깊숙한 곳에 있던 지하수가 지진으로 갈라지면서 그 물이 수면 위에 분출된 현상을 말한다. 국내 지진 관측사상 처음으로 이번에 포항지진 후에 진앙 주변에서 발견됐다. 포항=연합뉴스 |
◆본진을 능가하는 여진도 있다? 있다!
본진인 줄 알았는데 훨씬 더 큰 여진이 뒤따르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다. 동일본대지진의 경우도 그렇다. 2011년 3월9일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조금 떨어진 바닷속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일어났다. 소규모 쓰나미도 뒤를 이었지만 그때만 해도 큰 피해가 없어 다행이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틀 뒤 같은 지점에서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지난해 4월 일어난 규모 7.3의 일본 구마모토 지진도 같은 곳에서 규모 6.4의 지진이 난 지 이틀 뒤에 발생한 것이었다. 이렇게 본진보다 강한 여진이 일어나면 본진은 전진이 되고, 여진이 본진으로 기록된다. 최악의 경우이기는 하나 포항 역시 규모 5.4를 넘는 지진이 뒤따르지 말란 법은 없는 셈이다.
◆여진이 수십년씩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
여진을 정의하는 정량적인 기준은 없다. 시공간적으로 본진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면 여진이라 부른다.
큰 지진이 거의 없었던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경주지진의 여진이 사실상 첫 여진 기록이나 다름없다. 경주 여진은 지진 발생 14개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여진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최근 해외에서는 최장 20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포항시 등이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에 지진 이재민이 머물 수 있는 텐트를 마련하고 있다. |
‘지진이 잘 안 나던 곳에서 강진이 나면 여진이 더 오래간다’는 설도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톰 브로커 박사는 지난달 미지진학회지(BSSA)에 ‘145년 전 워싱턴주 강진의 여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워싱턴주 중부는 원래 지진 다발지역이 아니었는데 1872년 규모 6.5∼7로 추정되는 강진이 강타한 뒤로 여진이 계속된다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단층대가 발달하지 않은 곳에서 강진이 일어나면, 지각 안정화와 힘의 재조정이 외부 힘의 간섭 없이 계속 이어져 여진도 그만큼 오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도 “경주지진의 여진이 1년 넘게 지속되는 것은 이곳이 강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아직까지는 검증이 더 필요한 가설에 가깝다.
신동훈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는 “일종의 경향이지 법칙은 아니다”며 “전반적인 경향을 포항처럼 특정 지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흥해초등학교 건물 내부가 심하게 파손돼 있다. |
◆충적층에서는 여진이 더 많이 일어난다? 아니다!
지진은 충적층(퇴적층)처럼 무른 땅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신 교수는 “이번 포항지진도 충적층이 아닌 그 아래 딱딱한 기반암에서 발생했다”며 “지반이 무른 것과 여진 횟수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충적층은 여진 횟수와 무관하지만 진도(흔들림)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른 땅에서는 지진파가 증폭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차례 진동을 겪은 포항에서는 규모 4.0 안팎의 여진에도 큰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
홍 교수는 “이미 건물에 피로도가 쌓여 있기 때문에 조금만 진동이 가해져도 무너지는 등 더 큰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