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환경부와 외교부는 지난해 실시한 미군기지 내외부 지하수 환경조사 2, 3차 자료를 공개했다.
녹사평역 근처에 자리한 사우스포스트 담장 약 500m 구간의 지하수 관정 50여 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벤젠, 톨루엔 등의 검출 여부를 조사했다.
기지 외부에서도 기준치의 470배(7.051㎎/L)의 벤젠이 나왔다. 기지 내 주유소(AAFES)에서 매우 가까운 곳이다.
등유, 벙커C유, 경유 등 유류오염 정도를 알 수 있는 총석유계탄화수소(TPH)는 기지 내에서 18.8㎎/L, 기지 밖에서 25.7㎎/L까지 검출됐다. 각각 기준치(1.5㎎/L)의 13배, 17배에 달하는 양이다. 크실렌과 톨루엔, 에틸벤젠도 기지 내부에서 각각 기준치의 13배, 8배, 6배가량 검출됐다.
용산기지 환경조사 역시 민변이 환경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내 이달 초 2심에서 공개하라는 판결이 난 상황이었다. 환경부는 이번에는 상고 대신 정보공개를 택했다.
김지연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은 “그동안 양측 환경분과위에서 환경조사 결과를 공개하자는 협의를 지속했고 다행히 상고 시한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합의가 성사돼 공개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미군기지 안팎의 심각한 지하수 오염 실태가 공개됐지만, 당장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환경부 조사가 이뤄진 녹사평역 일대는 1998년과 2015년 유류 유출사고가 일어나 총 8146L의 기름이 흘러나온 곳이다. 지금도 그곳에는 주유소가 있다.
하지만 미군은 지하수 조사만으로는 오염원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김 과장은 “환경조사는 기지 외부에서 확인되는 오염이 기지 내부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뤄진 것인데, 이러한 판단에 미측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