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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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용산기지 지하수서 기준치 670배 벤젠

환경부 2·3차 조사결과 공개 / 녹사평역 인근 구간 50여곳 조사 / 기지 외부 관정서도 470배 검출 / 폐에 치명적인 크실렌 13배 넘어 / 미군 “기지가 원인 판단 불가능” / 오염 심각하지만 대책 마련 난항
주한미군 용산기지 내 지하수에서 기준치의 670배가 넘는 유독발암물질 벤젠이 검출됐다. 기지 외부 관정에서도 470배에 이르는 벤젠이 나왔다. 하지만 미군은 “이 자료만으로는 기지가 원인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오염원 제거 등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9일 환경부와 외교부는 지난해 실시한 미군기지 내외부 지하수 환경조사 2, 3차 자료를 공개했다.

녹사평역 근처에 자리한 사우스포스트 담장 약 500m 구간의 지하수 관정 50여 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벤젠, 톨루엔 등의 검출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기지 내부의 한 지하수 관정에서 10.077㎎/L의 벤젠이 나왔다. 기준치(0.015㎎/L)의 672배에 육박하는 양이다. 2015년 진행돼 지난 4월 공개된 1차 환경조사에서는 최대 검출량이 2.440㎎/L이었는데, 당시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관정에서 4배나 더 많은 양이 나온 것이다. 벤젠은 인체에 유입될 경우 의식불명이나 혼수상태,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유독 발암물질이다.

기지 외부에서도 기준치의 470배(7.051㎎/L)의 벤젠이 나왔다. 기지 내 주유소(AAFES)에서 매우 가까운 곳이다.

등유, 벙커C유, 경유 등 유류오염 정도를 알 수 있는 총석유계탄화수소(TPH)는 기지 내에서 18.8㎎/L, 기지 밖에서 25.7㎎/L까지 검출됐다. 각각 기준치(1.5㎎/L)의 13배, 17배에 달하는 양이다. 크실렌과 톨루엔, 에틸벤젠도 기지 내부에서 각각 기준치의 13배, 8배, 6배가량 검출됐다. 

그동안 녹색연합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정부가 미군기지 안에서 실시한 환경조사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의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 판결이 난 뒤에야 결과를 공개했다.

용산기지 환경조사 역시 민변이 환경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내 이달 초 2심에서 공개하라는 판결이 난 상황이었다. 환경부는 이번에는 상고 대신 정보공개를 택했다.

김지연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은 “그동안 양측 환경분과위에서 환경조사 결과를 공개하자는 협의를 지속했고 다행히 상고 시한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합의가 성사돼 공개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미군기지 안팎의 심각한 지하수 오염 실태가 공개됐지만, 당장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환경부 조사가 이뤄진 녹사평역 일대는 1998년과 2015년 유류 유출사고가 일어나 총 8146L의 기름이 흘러나온 곳이다. 지금도 그곳에는 주유소가 있다.

하지만 미군은 지하수 조사만으로는 오염원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김 과장은 “환경조사는 기지 외부에서 확인되는 오염이 기지 내부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뤄진 것인데, 이러한 판단에 미측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