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기반으로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에 범람하는 ‘콘텐츠 절도’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도용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는데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보니 ‘저작권 불감증’이 확산되고 있어 창작자들의 속앓이만 깊어지는 지경이다.
29일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유튜브 저작권’에 관한 문의가 올초부터 600건 넘게 올라와 있다. 저작권 침해시 신고 방법, 저작권 도용으로 신고당했을 때의 대처법, 저작권 신고를 피해 영상을 올리는 방법 등을 묻는 게 대부분이다.
지난 9월 이 게시판에는 “내가 만든 아동용 창작 동영상들을 무단으로 도용해 총 6000만건의 조회수를 올리고, 수천만원의 광고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유튜브 채널을 발견했다.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지 알고 싶다”는 문의가 올라오기도 했다.
콘텐츠 절도의 기승은 ‘동영상의 수익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조회수=돈’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꼭 광고수익이 아니더라도 유튜브 계정 자체가 거액에 팔리고 있어 유튜버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독자 5000∼1만명의 채널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50만∼100만원 선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튜브 관계자는 “무단 도용의 문제점도 있지만 오히려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널리 쓰이길 바라는 경우도 있어 일괄적인 규제는 어렵다”면서도 “도용 신고를 접수하고 동영상 도용 방지 시스템을 이용해 불법 영상들을 걸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유튜버들 사이에서 ‘저작권 피하는 법’이 떠돌면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두 영상을 한데 겹쳐서 송출하는 ‘이중화면’, 재생속도 높이기,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처럼 만들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영상의 해상도를 크게 낮추거나 한글 자막을 붙여 올리면 감시 시스템이 ‘2차 저작물’로 판단해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콘텐츠가 영리목적으로 도용되더라도 삭제 요청 외엔 구제받을 길이 딱히 없는 실정이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의 금전적 가치를 입증하기가 어렵고 소송비용 등을 고려하면 외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처할 수 있어서다.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는 “광고수익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여러 영상을 함께 짜깁기한 경우엔 자신의 영상이 얼만큼 수익에 기여했는지 등을 다퉈야 한다”며 “소송보다는 해당 사이트나 게시자에게 게시 중지를 요청하는 것이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관계자는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게 근본적인 이유”라며 “타인의 저작물을 정당하게 이용해야한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