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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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현장실습생 ‘억울한 죽음’ 막는다

안전·노동인권보호 대책 발표
서울시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실태조사에 나선다. 최근 제주도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학생이 숨지는 등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서울고용노동청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노동인권보호 대책을 30일 발표했다.

특성화고는 산업·직업에 필요한 우수 기술·기능 인재 양성이 목적인 학교로, 현재 서울에 총 74개가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졸업 전 취업하고자 하는 회사의 업무를 체험할 수 있는 현장실습을 나가는데, 문제는 업체에서 학생들을 단순히 ‘헐값에 쓸 수 있는 노동자’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장시간·저임금 근로를 강요받거나 위험한 업무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9일 제주도의 한 음료회사 공장에서 현장실습생 이민호(18)군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데 이어 17일에는 인천의 한 공장에서 실습 중이던 고교생이 손가락 3마디가 잘리는 중상을 입었다. 같은 달 16일에는 경기 안산 반월공단에서 박모(18)군이 선임 직원으로부터 욕설을 들은 뒤 옥상에서 뛰어내려 중태에 빠졌다.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3일 제주시청 앞에서 연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문제점 등을 적은 팻말을 들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시는 현장실습생의 인권침해 실태를 파악, 교육청·고용노동청과 체계적인 보호체계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실태조사는 실습생을 파견하는 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진행되며, 실습생 전원 설문조사를 통해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현장실습 관련 신고 창구로는 ‘120다산콜센터’가 활용된다. 시는 불합리한 처우와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핫라인을 120다산콜센터로 단일화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접근이 쉬운 창구를 확대할 예정이다. 신고가 들어오면 서울시민명예노동옴부즈만과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상담을 실시하며 필요한 경우 변호사·공인노무사 등과 연결해 무료 구제 절차를 진행한다.

사업장 관리도 강화한다. 파견 전 서울시마을노무사가 사업장을 대상으로 노무 컨설팅을 실시하고 정기적으로 유해위험 업무 배치 여부나 근로시간 미준수 등을 점검한다. 관련 법규 위반 또는 권익침해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외부전문가의 점검 혹은 고용노동청 근로감독을 통한 시정조치·사법처리가 이뤄질 예정이다. 또 실습생과 특성화고 담당교사, 현장실습기업 대표 등을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아울러 인권침해와 부적응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장실습생들의 조기복귀 지원도 강화한다. 현재 조기복귀제도가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받을 불이익과 ‘사회부적응자’라는 시선이 두려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시는 조기복귀생을 위한 심리치유 프로그램과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새로운 사업장에 배치하거나 학업을 지속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조인동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은 “궁극적으로는 진로·적성에 맞는 현장과 양질의 사업장 발굴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이 일하고 싶고, 학습중심의 현장실습이 가능하며 종료 후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수사업장을 발굴해 학생들과 연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