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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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길거리 농구 재도약 꿈꿔 … 내년 프로리그팀 출범”

23년 전 마케팅 팀장 근무시절/드라마 인기 타고 농구붐 일어/직접 규칙 번역… 대회 기획 주도/2020년 올림픽 정식종목 주목/올해 창립한 연맹 초대회장 맡아/시장 넓히고 국가대표 양성 올인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용인시 경희대 국제캠퍼스 연구실에서 한국 3대3 농구 발전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청소년들이 동네 공원에서 즐기는 놀이였지만 이제는 2020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이 돼 주목받는 스포츠가 있다. 바로 ‘길거리 농구’로 불리던 ‘3대3 농구’다. 한국에 3대3 농구대회를 처음 도입한 주역인 김도균(51)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를 지난달 30일 경기도 용인시 경희대 국제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났다.

1994년 당시 나이키코리아 마케팅 팀장이던 김 교수는 직접 3대3 농구 규칙집을 가져와 번역하며 대회를 기획하고 이를 한국에 뿌리 내리게 했다. 김 교수는 “당시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인기와 더불어 마이클 조던이라는 대스타가 건재했다. 여기에 미국프로농구(NBA)가 세계화를 노리며 1992년 올림픽부터 ‘드림팀’으로 불리는 최강 대표팀을 출전시켜 농구 붐이 일어난 것이 3대3 농구대회의 안착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제 3대3 농구는 한국에서 이벤트로는 확고히 자리를 잡았지만 정작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 대비는 전혀 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김 교수는 올해 7월 창립한 한국3대3농구연맹 초대회장에 취임하며 자신이 씨를 뿌린 종목의 재도약을 위해 직접 나섰다. 3대3연맹은 내년 5월 6개팀이 참가하는 ‘코리아 3×3 프로리그’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3대3 농구의 시장을 넓히고 국가대표까지 양성하는 밑거름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김도균 교수가 3대3 농구에 주목하는 이유는 디지털시대에 가장 적합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디지털시대의 3가지 성공요건은 공유, 참여, 개방이다. 3대3 농구가 이런 요소를 모두 갖췄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3대3 농구는 중계 자체도 기존 매체가 아닌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등 관련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또 선수등록 방식도 국제농구연맹(FIBA)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가능할 만큼 진입 장벽이 낮다는 강점이 있다. 전문적인 선수가 아니라 투잡 개념으로 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설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김 교수는 “이동식 코트가 가능해 대형 몰이나 고궁, 역사 유적지 등에서도 경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 교수는 “3대3 농구를 디지털 콘텐츠로 접근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중계방식도 평면적이지 않고 다양한 각도의 카메라 활용 등 디지털 미디어에 친숙한 젊은이들에게 맞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3대3 농구는 음악과 패션, 춤과도 결합하는 등 스포츠와 문화가 접목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마케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국내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도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나이키라는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해외의 스포츠 문화를 경험한 것이 그를 스포츠 마케팅 연구자의 길로 안내했다. 김 교수는 “회사 생활을 통해 미국과 유럽에서는 1990년대부터 스포츠가 스포츠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뒤 공연이 열리는 등 문화와 엔터테인먼트가 융합되는 현장을 경험했다”며 “스포츠는 디지털 시대의 고독을 극복하고 자기 성장과 건강을 바라는 사람들의 욕구에 부합하기 때문에 미래에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스포츠 마케팅 교수라는 직업이 이를 젊은이들에게 알리고 학생들의 꿈을 마케팅해 주는 사람인 만큼 자신을 ‘드림케터(dreamketer: dream+marketer)’로 여긴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스포츠를 향한 애정과 열정이 우선이다. 스포츠 마케팅의 핵심은 스포츠인데 마케팅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방식은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스포츠 마케팅이 과거에 비해 이제는 일반화된 학문이 됐다. 그래서 글로벌 스포츠와 문화의 이해와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자기만의 독특한 분석력과 논리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