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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나슈 올드바인 출처=샤토 라 네르뜨 홈페이지 |
프랑스 유명 와인산지 론(Rhone)은 북론과 남론으로 나뉘는데 남론의 가장 유명한 생산지로 샤토 네프 뒤파프가 꼽힙니다. 남론에서는 주로 그르나슈, 시라, 무르베드르를 블렌딩해서 레드 와인을 만들기때문에 영어 단어 앞글자를 따 ‘GSM’이라 부르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레드와인의 레시피로 유명합니다. 그르나슈는 과일향이 풍부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아 와인에 묵직한 바디감을 주지만 산도가 낮아 와인이 일찍 늙어버립니다. 때문에 산도가 높고 카베르네 소비뇽을 능가하는 스파이시한 캐릭터를 지닌 시라와 무르베드르를 섞게 됐답니다.
이곳에서 최고의 와인이 생산된 배경은 교황이 70년 가까이 프랑스 왕의 권력아래 놓이면서 로마 교황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비뇽 유수(1309~1377)’ 덕분입니다. 1305년 선출된 클레멘스 5세는 프랑스 왕의 압력으로 프랑스 론지방의 아비뇽에 눌러 앉게 됩니다. 사실 그는 보르도 출신으로 와인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합니다. 현재 보르도 페삭-레오냥 지방에서 생산되는 샤토 파프 클레망(Chateau Pape Clement)은 바로 클레멘스가 소유했던 와이너리라고 하네요. 그는 시골이나 다름없는 남쪽 마을의 와인들이 맘에 들지 않자 자신이 마실만한 품질 좋은 와인을 공급하라고 생산자들에게 요구합니다. 이 때문에 와인의 품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고 아비뇽 교황청이 있는 지역은 ‘교황의 새로운 성’이란 뜻의 샤토네프 뒤 파프로 불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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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자갈로 이뤄진 샤토네프 뒤 파프 포도밭 출처-샤토 라 네르뜨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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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드라 네르뜨 |
남론에서 레드와인을 만들때 허용되는 품종은 모두 13종입니다. 그러나 이 품종을 의무적으로 모두 사용해야하는 것은 아니라 보통 GSM 3가지 품종으로 와인을 빚고 있습니다. 하지만 13가지 품종을 모두 활용해 풍미가 뛰어난 샤토네프 뒤 파프를 빚는 생산자가 샤토 라 네르뜨(Chateau La Nerthe)입니다. 문헌상 기록에 따르면 이 와이너리는 1565년부터 샤토네프 뒤 파프에 포도나무를 심은 유서깊은 와이너리로 사실 그 이전부터 와인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18세기 프랑스의 왕 루이16세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의 왕가와 귀족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미국의 유명한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샤토 라 네르뜨는 샤토네프 뒤 파프에서 단 하나의 진정한 샤토(Chateau de la Nerthe, The Only True Chateau in Chateauneuf du Pape)”라고 극찬했다는 군요.
뀌베 데 까데(Cuvee de Cadette)는 2000년 와인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중 7위에 올랐고 샤토네프 뒤 파프 루즈(Chateauneuf du Pape Rouge)는 2002년 와인스펙테이터 100대 중 와인 9위를 기록한 화려한 수상실적이 와인의 품질을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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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샤토 라 네르뜨 수출 매니저 크리스토프 브리스티엘(Christophe Bristiel) |
한국을 찾은 수출 매니저 크리스토프 브리스티엘(Christophe Bristiel)을 만나 이처럼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는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샤토 라 네르뜨는 현재 나라셀라가 수입합니다. 그는 오랜 양조 역사를 지닌 전통과 13가지 품종을 모두 사용하는 양조법, 그리고 포도나무의 수령을 중요한 원동력으로 꼽았습니다. “샤토 라 네르뜨는 평균 수령이 50년이며 100년이 넘은 올드바인도 사용해요. 일반적으로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4∼5병, 최대 10병의 와인이 생산됩니다. 하지만 샤토 라 네르뜨는 포도 한 그루에서 단 한병의 와인만 생산한답니다. 가지치기를 통해 포도송이를 줄이고 엄격한 선별을 통해 응축미가 뛰어난 포도만 사용하죠”. 그는 또 다양성도 중요한 이유로 들었습니다 “샤토 라 네르뜨의 포도밭 규모는 90ha로 샤토네프 뒤 파프에서 가장 큰 하나의 단일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토양과 미세기후때문에 다양성이 풍부한 와인들을 만들수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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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라 네르뜨 샤토네프 뒤 파프 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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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라 네르뜨 샤토뇌프 뒤 파프 루즈 2013 |
루즈 2013은 검은 체리, 붉은 야생 딸기, 감초 등 달콤한 향신료가 잘 어우러지면 복합미도 도드라집니다. “포도 품종을 13가지 모두 사용하면 와인은 복합미가 좋아지죠. 샤토 라 네르트 와인은 엘레강스, 밸런스, 컴플렉스로 정의 할 있어요. 13가지 품종 모두 사용하는 이유, 화이트 와인을 많이 만드는 이유, 블렌딩때 시라를 많이 만드는 이유는 모두 결국 떼루아로 귀결되지요. 모든 유형의 떼루아가 존재하다 보니 13가지 품종을 포도밭에 맞춰서 심을 수 있어요. 그래서 화이트도 만들수 있는 거죠. 주로 북론에서 만드는 시라도 잘 재배가 된답니다. 포도밭에는 지하수가 풍부해 더운 연도에도 포도가 지나치게 과숙되지 와인은 밸런스를 갖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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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라 네르뜨 샤토뇌프 뒤 파프 루즈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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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라 네르뜨 샤토뇌프 뒤 파프 뀌베 까데뜨 2013 |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