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성동구 옥수종합복지관에서 만난 장옥임(79·여)씨는 고무줄로 군데군데 칭칭 묶은 흰색 손수건을 염색물에 넣고 치대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장씨는 메리골드 꽃잎으로 만든 갈색빛 염색물에 담근 손수건을 뜨거운 물에 헹군 뒤 펼쳐 보였다. 30여분의 작업 끝에 세상에 둘도 없는 장씨만의 손수건이 만들어졌다. 메리골드의 노란 꽃 색깔이 물든 손수건 위에 하얀 동심원들이 펼쳐졌다.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내 손으로 천에 염색을 해봤다”며 “뽑은 배추로 배추전도 부쳐 먹고, 매번 새로운 걸 하다 보니 복지관에 오는 화요일만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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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옥수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싱싱텃밭 원예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메리골드 꽃잎으로 물들인 손수건을 만들고 있다. 이창훈 기자 |
서울 성동구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지난 9월 옥수종합복지관에 상자텃밭 10개를 설치해 이달까지 원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장씨 등 저소득 여성 노인 13명이 참가해 2명당 상자텃밭 하나씩을 맡아 배추와 비트, 쪽파를 기르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강의를 담당한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이광희(57·여) 강사는 “이곳에서 농사를 처음 지어본 노인들이 텃밭에서 키우던 쪽파를 집에 가져가서 정성껏 돌보기도 했다”며 “지난주에 텃밭 활동이 끝난 뒤로 실내에서 식물을 활용한 손수건·연고 만들기, 허브차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매번 올 때마다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텃밭과 식물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정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고 밝혔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21개 자치구 82곳의 사회복지시설에서 싱싱텃밭 원예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6개 자치구의 48개 시설에서 시작한 원예 프로그램은 2년 만에 2배가량 늘었다. 종합복지회관, 노인·장애인자활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에 설치된 싱싱텃밭은 시설 이용자의 심리적 안정과 정서 함양을 위해 도입됐다.
텃밭을 활용한 원예치료에 대해 농촌진흥청 이상미 박사는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경기지역암센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8차례 원예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암 환자의 경우 우울감이 45%, 스트레스는 34% 감소했다. 우울감 해소에 도움을 주는 세로토닌 분비는 40% 증가해 항암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박사는 “작물이나 식물을 기르는 과정에서 느끼는 정서적 교감, 함께 텃밭을 가꾸면서 느끼는 사회적 교감이 소외감이나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신체 활동을 동반하는 싱싱텃밭 프로그램은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시는 싱싱텃밭 원예 프로그램의 효과에 힘입어 반려식물 보급 사업을 시작했다. 반려식물은 반려동물처럼 사람 가까이에 두고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기르는 식물을 뜻한다. 시는 올해 70세 이상 독거노인 2000명에게 아이비, 고무나무, 자금우 등 반려식물을 보급했다. 반려식물의 효능감에 대해 설문에 응답한 600명 중 94%가 우울감과 외로움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송광남 서울시 도시농업과장은 “올해 반려식물과 싱싱텃밭 원예치료 프로그램에서 거둔 효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확대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