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종이로 만든 키보드 나왔다…지압으로 대·소문자 구분

연세대 심우영·이태윤 교수 연구팀 '고감도 3D 터치센서' 개발
국내 연구진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와 연필을 활용해 우수한 성능의 키보드를 만들었다.

한국연구재단은 심우영·이태윤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고감도 3차원(3D) 터치센서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최근 학계에선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표면에 인공적인 미세구조를 형성해 민감도와 유연성을 높이는 압력센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국내 연구진이 종이 위에 연필로 전극을 칠하고서 유전체 역할을 하는 PDMS를 스핀 코팅(Spin coating)해 고민감도 압력센서를 만들었다. 종이의 거칠기를 최대한 보존하고자 PDMS는 용매에 희석했다. 사용자 터치 세기에 따라 대소문자를 구분해 출력하는 종이 키보드도 제작했다.
표면 미세구조를 만들려면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증착(deposition), 식각(etching) 등 복잡한 공정을 거치는 게 보통이다.

당연히 제작 비용도 비싸다.

연구팀은 종이 표면의 거친 특성을 이용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조금 엉뚱한 시도로 볼 수도 있으나, 종이는 저렴한 데다 대규모로 만들 수 있어 도전해볼 만하다고 연구진은 판단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연구팀은 별도의 표면 미세구조 형성 과정 없이 종이 자체의 표면 거칠기를 활용해 고민감도 압력센서를 제작했다.

종이에는 미세한 굴곡이 있다. 두 장의 종이를 겹치면 요철 때문에 면과 면이 완전히 붙지 않고 종이 사이에 얇은 공기층이 생긴다.

연구팀은 종이 표면에 연필로 전극을 형성하고서 유전체 역할을 하는 '용매 혼합 PDMS'를 아주 얇은 두께로 발랐다.

유전체는 전기장 안에서 극성을 지니게 되는 절연체다.

이를 바탕으로 정전식 압력센서를 구현했다. 손가락 끝에 흐르는 정전기로 반응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두 장의 종이가 미세한 표면 굴곡에 의해 쉽게 눌리는 특성으로 압력 감지 기능을 극대화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쌀 한 톨 무게를 구분할 정도다.

연구팀은 내친김에 종이 키보드까지 만들었다.

각 키는 개별 압력센서로 구성해 눌리는 세기를 인식하도록 했다.

사용자 터치 세기에 따라 대·소문자를 출력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당연히 얇고 가벼우며 유연하다.

굽힘에 대한 안정성도 있어 1천번 이상 반복해 구부려도 성능저하를 보이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심우영 교수는 "인위적인 미세구조 형성 공정을 거치지 않은 만큼 압력센서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자부한다"며 "웨어러블 기기와 사물인터넷 등에 널리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집단연구) 등 지원으로 수행했다.

이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스몰'(Small) 지난달 14일 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연구실에 산더미처럼 쌓인 종이를 필요한 지인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재활용 처분할 방침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