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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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의심리카페] 비트코인 투기 심리

최소 노력으로 최대 이익 창출 욕심은 본성 / 젊은이들 ‘한탕’ 꿈꾸는 것은 아닌지 걱정
포항지진이 지나가자 이젠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광풍으로 온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그 가격대가 몇 달 만에 20배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 급상승에 세계적인 이슈거리이다. 또 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대립되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잠재력 등 4차 산업혁명의 주도적인 혁신을 지적하면서 가상화폐의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반면 금융가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과열현상이라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어느 관점이 맞는가를 떠나 분명한 것은 현 우리나라에서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비트코인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고, 해외원정 구매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비트코인의 시세 차익을 노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허위 글을 올린 고등학생은 손실을 본 사람들의 위협으로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적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 최상의 이익을 가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 이득의 폭이 클수록 투기 욕구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득에 따를 수 있는 위험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인 판단자가 아니다. 스스로는 꽤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 믿고 싶어 하지만 어처구니없이 어리석은 판단을 해버리는 존재이다. 이득과 손실이 반반인 상황에서도 이득 쪽으로 일단 판단이 기울어지기 시작하면 손실에 대한 인식은 아주 작아져 버린다. 특히 그동안의 여러 악재에 요행히도 잘 버텼던 비트코인에 대한 믿음은 강하다. 이런 믿음은 손실에 대한 가능성이나 버블일 것이라는 우려의 말은 전혀 들리지 않게 한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은 인간 본유의 편향이 여러 정보 중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확증해주는 쪽으로 편향을 일으키게 한다. 이로 인해 엄청난 이득을 볼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가득 차 버린다.

그런데 이런 투기 심리가 우리나라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뭔가 이득이 된다면 지나친 쏠림 현상을 보이는 한국인 특유의 성향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경제적 압축성장의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도 급속히 이익이 불어난 것을 경험했거나 목격했다. 강남 땅부자, 아파트 부자 등 투기만 잘하면 엄청난 부를 가졌던 시대를 겪었던 습성이 여전히 남아서이다. 또한 우리가 처한 현 상황도 과잉투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그리고 탄핵과 같은 정치적 혼란을 겪으면서 국가를 초월한 투자를 하려는 안정지향 심리도 작용한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동조 잘하고 군중심리가 강한 우리 민족성도 이런 투기심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다른 투기와 달리 비트코인의 구매에 주로 젊은 층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터넷 세대이기에 훨씬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 사회)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 20·30대가 비트코인을 ‘흙수저 탈출구’나 ‘개천의 용’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한탕주의를 꿈꾸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만 유별난 이 현상을 단순히 비이성적인 과잉 투기 열풍이라고 보기보다는 좀더 그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적·경제적·대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사회의 불안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엇보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다’는 믿음이 사라진 사회, ‘희망’을 잃어버린 현 우리 사회를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