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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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섭의 통계로 본 교육] 졸업생들은 왜 수능에 강할까

재학·졸업생 만점자 공개 앞서‘재수 효과’ 연구부터 선행돼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재학생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거나 유리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성 원장은 국어·수학·탐구(2개 과목) 영역과 영어·한국사에서 1등급을 받은 수능 전 영역 만점자가 재학생 7명, 졸업생(수능 2회 이상 응시자) 7명 동수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고, 수험생 체감 난도가 올라가면서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은 졸업생들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기자들 질문에 대한 우회적인 반박이었다.

성 원장의 이 같은 예시가 사실 여부나 대학입시 개편 흐름에 있어 적절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먼저 전 영역 만점자 수만 놓고 재학생과 졸업생 간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수능 응시자(53만1327명) 가운데 졸업생 비율은 24.9%(13만2489명)이다. 비율만 놓고 보자면 만점자가 재학생은 10명, 졸업생 4명 정도가 나와야 한다. 성 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내년부터는 재학 여부에 따른 영역별·전 과목 만점자 수 공개 여부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수능 응시생과 학부모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영역별 만점자가 아니라 재학생·졸업생 간 점수 차이나 등급 분포일 것이다. 비교할 만한 자료는 이미 공개돼 있다. 평가원이 매년 5∼9월 공개하는 전년도 수능 성적 분석자료가 그것이다.

예컨대 ‘불수능’으로 불린 2017학년도 분석자료를 보면, 전체 응시자(55만2297명) 가운데 재학생은 42만209명(76.1%)이었고 졸업생은 12만2362명(22.2%)이었다. 졸업생의 영역별 평균 표준점수는 국어 107.9점, 수학가 104.0점, 수학나 107.1점, 영어 108.3점이었다. 재학생보다 각각 10.1점, 5.4점, 8.6점, 10.7점 높았다. 등급별 분포를 보면 졸업생의 수능 강세는 더욱 확연해진다. 각 영역에서 1·2등급을 받은 비율이 졸업생은 18.5(국어)∼29.6%(수학나)인데 재학생은 8.8(영어)∼12.3%(수학나)였다.

재학·졸업생 수와 1·2등급 분포를 조합해보면 재수 여부에 따른 영역별 1·2등급자 수도 개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예컨대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 영역(응시자 55만1108명)을 본 재학생이 76.1%, 졸업생이 22.2%라고 가정한다면 재학생 1·2등급자는 3만8165명(551,108×0.761×0.091)이고 졸업생은 2만2532명(551,108×0.222×0.185)이다. 국어 1·2등급자의 37.1%는 졸업생인 셈이다.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추계한 지난해 주요 영역·등급대별 졸업생 비율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국어 1, 2등급을 받은 응시자 가운데 졸업생은 각각 39.0%, 37.5%이고, 수학가는 48.6%, 41.3%, 수학나는 42.7%, 33.9%, 영어(절대평가 적용 시) 41.8%, 37.2%인 것으로 추정된다.

재학생보다 졸업생이, 특히 1·2등급 상위권에서 수능 성적이 더 높은 이유는 뭘까.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경기 문산고 교사)은 양 집단의 기본적인 학력 수준, 수시 확대에 따른 정시 몰입 정도, ‘쉬운 수능’(EBS 교재와 70% 연계) 기조 등 대입 제도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한다고 설명한다.

성기선 원장의 현역·재수생 간 유불리 관련 발언은 아마도 절대평가 과목을 늘려 중장기적으로 수능을 자격고사화하려는 정책 흐름에서 ‘변별력’과 ‘깜깜이’라는 일각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굳이 현역·재수생 간 영역별 만점자 비교 카드를 꺼내 들었어야 했을까. 문재인정부가 수능 비중을 낮추려는 취지가 ‘성적별 줄 세우기’ 타파 및 공교육 살리기, 사교육비 부담 완화에 있다면 학벌주의와 관련한 성적 자료 공개 대신 재수 유발 요인 및 효과 분석 연구부터 시작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