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주 열린 LG전자 임원회의에서 HE사업부는 11월 기준 TV사업 영업이익이 1조96억원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TV부문 영업이익은 8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직 영업일 한 달을 남긴 상황에서 작년 한 해 영업익을 25% 가까이 넘어선 것이다. 게다가 통상 4분기가 성수기인 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예고된 상황이어서 당분간 LG전자 TV부문의 기록 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LG전자의 올레드 TV를 일등공신으로 꼽았다. 올레드는 입자(픽셀)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LCD(액정표시장치) TV보다 명암비, 자연색 표현 등에서 유리하다. 백라이트가 없어 기존 제품보다 얇게 만들 수 있고 구부릴 수 있는 각도도 커진다. 창의적인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은 곧 높은 상품성으로 이어진다.
LG를 추격하는 글로벌 업체들의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은 물론 유럽의 필립스, 뢰베, 베스텔 등 글로벌 제조사 13곳이 올레드 TV를 생산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덴마크 음향전문 기업인 뱅앤올룹슨이 가세했다. 하지만 아직은 LG의 기술력이 독보적인 상황이다. TV 패널로 쓸 수 있는 ‘대형’은 현재 55인치, 65인치, 77인치 등 3종이 전부인데 이들 모두 LG디스플레이가 독점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올레드 패널을 탑재하고 있다.
한편 올레드 TV 진영이 확대되면서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해 건설하려던 올레드 생산공장 설립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도 관심사다. 정부가 기술유출을 막을 방안을 보완하라며 승인을 미루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에 맞춰 허가가 이뤄질 것으로도 관측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투자 승인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영역이라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