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 들어 4번이나 가상화폐를 해킹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의 조사 결과 지난 6월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회원 3만6000명 회원정보 탈취 사건과 4월 야피존 해킹, 9월 코인이즈 해킹, 지난달 초 대규모 해킹 공격이 모두 북한 소행이었다. 국정원은 거래소 직원들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감염시킨 이메일을 추적한 끝에 다수의 북한 소유 인터넷 접속(IP) 주소를 찾아냈다. 해킹에 사용된 악성코드도 지난해 2월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을 해킹한 래저러스의 악성코드와 같은 종류였다고 한다.
대북 제재로 경제 숨통이 조여들자 해킹 범죄에 뛰어든 북한의 실상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래저러스가 북한 정찰총국에 속한 조직으로 추정한다. 북한은 1700명이 넘는 해커와 6개 이상의 해킹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해킹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이번에는 미모의 여성을 가장해 입사지원서나 인수·합병(M&A) 제안서를 내는 방식으로 개인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악성코드를 퍼뜨렸다.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을 무력화하는 우회 해킹이다. 야피존과 코인이즈 해킹 때 탈취된 비트코인은 당시 76억원어치였으나 현 시가로는 피해액이 900억원을 웃돈다. 회원 정보가 대량 탈취되고, 공격이 이어지니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북한의 해킹을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협으로 평가했다. 금융망과 원전, 전력, 교통망을 초토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응력은 허약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9월 ‘작전계획 5015’와 같은 1급 군사기밀을 대량 해킹당하고도 무슨 내용을 도둑맞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서둘러 방호벽 구축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사이버테러방지법은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원에 컨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법 제정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보안 의식은 더 큰 문제다. 정부의 비트코인 투기대책은 발표 4시간 전 관세청 직원의 단체카톡방을 통해 유출됐다. 공무원이 국가기밀을 SNS에 퍼 나르는 판에 북한 해킹을 어찌 막겠는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보안 강화’ 구호만 외쳐야 소용없는 일이다. 당장 사이버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고, 보안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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