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공영시내버스 한 대가 해마다 12월이면 ‘산타버스’로 둔갑한다. 수신·성남·병천면 등 시골 마을과 천안시내를 오가는 500번과 600번 버스를 운전하는 최영형(53)씨가 자신이 운전하는 시내버스 한 대를 12월이면 산타버스로 꾸민다. 19일 최씨가 산타복장을 하고 운전대를 잡는 이 버스에는 소형 트리와 갖가지 장식물들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난다. 15년째라 승객 대부분이 산타 버스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며 즐겁게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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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형씨가 갖가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민 산타버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정모 기자 |
22년 무사고 시내버스 운전기사인 최씨는 2002년 12월 처음 산타 복장을 하고 버스를 운전했다. 삭막한 겨울 길을 가는 어르신들과 학생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산타 복장만 했는데도 사람들이 신기하게 바라봤다. 며칠 지나지 않아 승객들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건네왔다. 최씨의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최씨는 산타복장 하나만으로도 자신이 운전하는 버스가 승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자 이듬해부터는 버스 내부를 크리스마스 장식물로 꾸몄다. 외부에는 ‘산타버스’라고 쓴 스티커까지 붙였다. 산타버스에서는 캐럴이나 따뜻한 겨울 분위기가 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최씨가 운행하는 버스는 12월이 아니어도 늘 특별하다. 평상시에도 승객들의 연령층이나 운행 시간대에 따라 흘러간 노래, 7080음악, 카페음악, 가요 등의 녹음 음악을 들려준다.
최씨는 2005년 9월부터 시내버스 내리는 문 쪽에 모금함을 설치했다.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 시골 어르신들이지만 이들이 낸 동전과 1000원짜리 지폐가 모여 12년 동안 2000만원이 넘는 돈이 천안 성정사회복지관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으로 전달됐다. 이 돈은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시골 어르신들의 외출을 도우며 최씨가 시내버스 DJ 역할을 통해 입담으로 모은 돈이다.
최씨는 “버스운전을 시작하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보게 됐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평창올림픽 기간에도 이벤트로 승객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는 최씨는 “제 종교는 불교지만 승객들이 기쁘고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산타버스를 운행한다”고 덧붙였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