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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은희 |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어제가 성탄절이었다. 저작권 때문인지 예전에는 한 달 내내 들리던 캐럴도 들리지 않아 성탄절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네덜란드에 사는 후배와 미국에 사는 시누이가 카드를 보내왔는데, 올해는 카드 한 장 받지 못하고 성탄절이 지나갔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평소에 교회를 다니지 않던 아이도 이때가 되면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만들어서 친구들과 선생님께 보내기도 하고 교회를 다니기도 했다.
우리 부모는 절에 다니셨는데도 우리 형제자매들이 교회를 가도 아무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우리는 의자와 탁자도 없이 가마니를 깐 바닥에서 예배를 보던 가난한 교회를 다녔다. 가난한 교회였지만 크리스마스 때는 우리에게 떡, 과자, 사탕, 삶은 달걀 등을 풍성하게 주었다. 그 시절은 모두 배고픈 시대여서 그것들이 아주 귀한 음식들이었다. 교회 청년부 언니 오빠들은 우리에게 캐럴을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집집을 찾아다니며 캐럴을 새벽까지 불렀다. 이웃들은 너나없이 귀한 귤을 나누어주거나 따끈한 물을 우리에게 대접했다.
지금은 이웃이 없는 삭막한 시대에 살고 있다.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카드처럼,”
“어린 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모든 종파를 초월하고 정이 오갔던 그 시절이 그립다.
박미산 시인·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