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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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들레헴 여정은 난민과 같은 여행”

미사 강론서 이민자 관심 호소 / “요셉·마리아 발자국에 의미 있어 / 성탄절, 권력 공포 이겨내는 시기 / 절망 속 사람들 위해 파수꾼 돼줘야”
“마리아와 요셉이 베들레헴까지 간 여정은 오늘날 더 나은 삶을 찾아 전란의 고향을 떠난 수백만명의 난민과 같은 여행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이 지구상에 자기들이 쉴 곳이 없다고 느끼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탄 전야 미사에서 이민자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24일(현지시간) 밤 1만여명이 참석해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열린 성탄 전야 미사 강론에서 “예수님이 말구유에서 태어난 그 간단한 스토리가 우리 인류의 역사를 영원히 뒤바꿔 놓았으며 그날 밤의 모든 사연은 희망의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아기 예수 조각상에 입 맞추는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열린 성탄 전야 미사 도중 아기 예수 조각상에 입을 맞추고 있다.
바티칸시티=AP연합뉴스
교황은 만삭의 마리아가 남편 요셉과 함께 베들레헴으로 떠나 아기 예수를 낳을 곳을 찾아 헤맨 여정을 언급하며 이민자들을 옹호했다. 교황은 “요셉과 마리아의 발자국에 수많은 다른 발자국이 숨겨져 있다”며 “우리는 오늘날 강제로 여정을 시작한 가족들, 선택하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고향을 떠나도록 내몰린 수백만명의 발자국을 본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금 이민 위기에 몰린 많은 이들이 “권력과 부를 위해 무고한 피를 흘리게 하는 지도자들로부터 달아나도록 내몰렸다”면서 “하느님은 무한한 자비로 이교도, 죄인, 이방인을 포용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아기 예수 탄생을 처음으로 지켜본 목자들도 사회 변두리에 살도록 강요받고, 지저분하고 냄새 나는 이방인 취급을 받았던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성탄절은 권력에 대한 공포를 자선의 힘으로 이겨내는 시기”라면서 베들레헴에 태어난 아기처럼 수많은 배척으로 절망 속에 태어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파수꾼이 돼줘야 한다는 게 신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이탈리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자손인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국제사회가 난민과 이민자들에 맞서 장벽을 쌓지 말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교황은 25일 성베드로대성당 발코니에서 전통대로 성탄절 공식 메시지를 담은 ‘우르비 에트 오르비’(로마와 온 세계에)를 발표했다.

이상혁 선임기자 nex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