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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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위조지폐→ 해킹'… 가상화폐 노리는 北

북한이 사이버부대를 투입해 가상통화를 탈취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상통화 비트코인 거래소인 유빗을 운영하는 야피안이 지난 19일 170억원 규모의 해킹 피해를 봐 파산신청을 한 사건과 관련해 한국 경찰과 인터넷진흥원(KISA)은 현시점에서 “북한의 관여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는 “또 당했나”라며 북한 범행설이 급격히 퍼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북한 범행설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라며 한국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활동 내용을 소개했다. 지난달 초 한국에 있는 가상 거래소 10곳의 관계자에게 고객 계좌의 비밀번호를 훔치는 바이러스를 포함한 이메일이 도착했을 때 국정원이 KISA를 통해 간발의 차로 대규모 피해를 막았다. 이 바이러스를 국정원이 분석한 결과,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해커집단이라고 단정한 ‘라자루스’가 소니의 미국 영화 자회사와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에 공격을 했을 때와 같은 수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확인됐다.

국정원은 가상화폐와 관련해 올해 한국에서 잇달아 벌어진 사건에 대해 북한의 해커 집단이 저지른 범행이라는 증거를 확보해 검찰당국에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빗은 지난 4월에도 해킹 피해를 봤으며, 지난 9월에는 ‘코인이즈’도 계좌에서 비트코인을 도둑맞았다. 이 두 차례 범행으로 북한이 탈취한 가상통화의 가치는 당시 76억원이었으나 이후 90억원까지 치솟았다. 유빗의 최근 피해액까지 합치면 북한이 탈취한 돈은 250억원에 달하는 셈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북한의 정보기술(IT) 사정을 잘 아는 탈북자인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북한 해커집단의 배후에 ‘121부대’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는 북한에서 컴퓨터공학 교수로 재직했던 인물이다. 1998년에 설립된 이 사이버부대는 6000명을 거느리고 있으며,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 한국 국방부를 해킹한 것이 이 부대의 소행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시 김정은 노동장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의 암살작전을 포함한 한·미 양군의 작전계획이 유출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 같은 ‘본업’ 외에 이 부대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돈벌이’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 강화와 미국의 압박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 사이버 공간에 정예를 투입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북한은 예전에는 통치자금을 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달러 위조지폐를 만들었으나 이제는 해킹을 하는 것으로 수법이 진화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