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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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2018년 전자정보기술의 숙제

CES·평창 동계올림픽 잇단 행사 / 업계, 생존 위한 숨가쁜 기술경쟁 / 누가 더 빨리 선점하느냐가 열쇠 / 기본은 사람… 인재육성 고민해야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에도 전기·전자·컴퓨터 산업계에는 기술선점과 생존을 위한 숨가쁜 경쟁과 변화가 이어질 것이다. 이는 1월과 2월에 예정된 두 차례의 큰 행사에서 엿볼 수 있는데, 바로 세계전자박람회(CES)와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이런 가운데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가 개최된다. 이는 원래 매년 열리는 세계가전박람회였지만 이제는 단순히 가전이나 정보통신기술(ICT)을 넘어 자동차, 드론 등 첨단 융합기술을 뽐내는 세계 최대의 박람회가 됐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올해도 가장 주목받는 회사에 속할 것이다. 초고화질(UHD)보다 4배 더 선명한 8K 88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초소형 픽셀을 유연한 기판에 이어 붙일 수 있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 기술, 인터넷과 무선랜으로 차량 안팎이 연결된 커넥티드카 기술 등을 우리나라 기업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CES의 가장 큰 화두는 스마트 시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스마트홈을 넘어 센서와 AI를 이용한 교통분석이 제공되는 스마트 로드, 자율주행차, 스마트 그리드를 이용한 전력소비 절감, 자동화된 헬스케어 시스템 등으로 도시 전체가 연결됨으로써 정보를 주고받아 시민을 더욱 편리하게 하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도 꾸준한 화두다.

이 모든 기술의 근간에는 5세대(5G) 이동통신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G 이동통신은 4세대(4G) 이동통신인 LTE보다 20~100배 빠른 최대 초당 200억 개 비트의 전송속도를 구현하게 되고 1㎢ 내에 100만 개의 기기를 연결해 IoT가 가능하게 한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의 주축인 AR, AI, 자율주행차 등을 실생활에 이용하려면 5G 이동통신 기술이 핵심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이번 CES에서도 ‘5G가 어떻게 미래를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퀄컴’, ‘버라이즌’, ‘바이두’ 등에서 기조강연자가 나선다.

이병호 서울대 교수 전기·정보공학
올림픽은 수많은 선수가 4년간 갈고 닦은 실력의 경연장이기도 하지만 개최국가가 자국의 ICT를 자랑하는 기술 시연장이기도 하다.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국인 일본과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중국이 내달 우리 평창 동계올림픽에 어떤 기술이 선보일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5G, IoT, UHD 방송, AI, VR 등의 5대 ICT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며, 자율주행차가 시범적으로 운영될 것이어서 기대가 크다. 360도 플라잉뷰, 옴니뷰와 같은 실감영상서비스도 자랑거리가 될 것이고 3D 디스플레이도 전시될 것이다.

CES에 18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참관하는 이유는 미래기술에 대한 비전과 영감을 얻고자 하는 것이며, 또 다른 이유로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제는 스티브 잡스와 같은 한 명의 천재가 홀연히 나타나 하늘에서 떨어진 혁명적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어려운 세상이 돼가고 있다. 세상에 비전을 연구하는 엄청나게 많은 기업과 똑똑한 사람이 있고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초연결 세계에서 정보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공유되기 때문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최근 애플이 폐쇄적 운영 방식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창의적 아이디어의 대명사였던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 전기자동차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금은 비전과 방향이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되는 사회속에서 누가 더 빨리 기술을 선점하느냐가 중요해지는 세상이 돼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올해 CES에서도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전시참가 업체 수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적 기술개발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무엇보다 치열한 경쟁에서 계속 기술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관련분야 고급인재의 육성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인재를 엄청난 흡인력으로 빨아들이고 있고, 중국도 자금력과 인력의 풀이 우리와 비교가 안 된다. 우리는 어떤 노력으로 최선의 길을 효율적으로 찾아갈지를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이병호 서울대 교수 전기·정보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