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국민의당 의원 10명은 지난달 27일 ‘은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은행이 건전한 경영과 투명하고 효율적인 금융업무 및 사업을 통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회공헌사업을 강화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국가 경제의 발전 및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법안을 발의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은행법에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명문화, 은행의 사회공헌활동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라면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적 금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은행법 시행령 등을 통해 은행이 전체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공헌활동에 쓰도록 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여당이 중심이 된 정치권의 은행법 개정 움직임은 문재인정부가 기치로 내건 ‘포용적 금융’ 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2018년에는 포용적 금융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쌓아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국내 은행들의 사회공헌활동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법제화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상법 전문가이자 한국기업법학회장을 지낸 송종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법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말 그대로 ‘사회적’ 책임이지 ‘법률적’ 책임이 아니다”며 “(일반 기업에) 법으로 사회적 책임을 명문화한 사례가 (국내에) 없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학과)는 “은행이 타인의 돈을 관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건전성 규제는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법으로 지정한 경우는 다른 나라에도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도 사회적 책임의 법제화가 지금까지 우회적으로 이뤄졌던 관치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염려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정부가 은행에 대출이자 인하 등을 요구하거나 정부 출연금을 요청할 때 이 법안이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도덕적 책임을 법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과)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공감하지만 이를 입법 형태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