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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격차 줄이자] 일반·장애아동 벽 허물어… 통합교육으로 잠재력 깨운다

(상) 희망 사다리는 유아부터 / 서울 은평구 진관유치원 가보니 / 미래사회 구성원으로 적응력 키워 / 배려·협동심 등 교육적 효과도 커 / 보조인력 추가 배치해 효율적 운영 / 사회적 약자 지원정책 방향은 / 작년 기준 특수교육대상 1만6361명 / 당국, 특수학급 1131개로 증설 추진 / 다문화·저소득층 아이 추가 지원도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유아교육 혁신 방안’의 핵심내용은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교육격차를 최소화하고, 학습·습득 위주의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을 놀이·유아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이 같은 혁신안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서울과 경기의 우수 공립 유치원 2곳을 찾아 한국의 유아교육이 5년 뒤 어떻게 바뀔지 살펴보는 시리즈 ‘유아교육 격차 줄이자’를 2회에 걸쳐 연재한다.

서울 은평구의 공립 단설유치원인 진관유치원 원아들이 지난달 29일 장애·비장애 통합교육을 받고 있다. 황지현 원장은 “매일 아침 장애를 가진 같은 반 친구의 ‘짝친구’(도우미) 신청을 받는데, 서로 자기가 하겠다고 손을 들 정도로 경쟁이 심하다”고 말했다.
남제현 기자
“귀여운 ○○에게. 말을 잘 못하는 ○○이. 초등학교 가서는 말 잘 해야 돼! ○○이는 동물을 좋아해! ♥♥♥ 앞으로 말 잘하고 초등학교 잘 가야 돼. △△△ 올림.”

서울 은평구 진관유치원의 양선경 특수교사는 지난달 만 5세반 자유선택활동 시간에 한 아이가 같은 반 발달지체 친구에게 쓴 이 편지를 읽고 가슴이 울컥했다.

양 교사는 “일반 아이들에게 ‘우리와 다르지만 똑같은 친구들이니 조금만 참고 도와줘’라고 당부하는데, 이 정도로 생각하고 배려할 줄은 몰랐다”며 통합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진관유치원에는 5명의 장애 어린이가 있다. 이들 모두 하루 1시간가량의 개별화 교육을 빼고는 온종일 일반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활동하는 통합교육을 받는다. 통합교육의 주된 목적은 장애 어린이의 소질과 특기, 잠재력 계발 및 미래 사회 소중한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적응력 신장이다.

특수교육 대상 유아 대부분은 발달지체나 자폐성장애 등 경증인 데다 아직 장애 진단을 받지 않은 어린이가 태반이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가 별도의 특수교육을 받기보다는 일반 어린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통합교육을 선호한다.

특수교육 대상자인 김다혜(6·가명)양의 어머니(41)는 “진관유치원에 오기 전에는 아이 말이 느린 편이어서 놀림을 받을까봐 걱정이 많았다”면서 “선생님과 유치원의 맞춤형 지원과 다른 아이와 부모님들 도움 덕분에 딸이 문장으로 의사표현을 하고 표정도 밝아지는 등 상당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다혜 어머니는 2년 전 딸을 일반 유치원에 보낼지, 통합 유치원에 보낼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치료실에서 아이를 일반유치원에 보낸 엄마들 이야기를 들으면 특수교사도 없고, 다른 학부모 눈치도 상당해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며 “진관유치원을 다니게 된 게 엄청난 행운”이라고 웃었다.

통합교육의 효과는 특수교육 대상자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5세반 학부모인 이경내(48)씨는 “(외동인) 아들이 유치원에서 장애를 가진 친구한테 눈을 맞았는데도 울지 않았다길래 ‘많이 속상했겠다’ 달랬더니, 오히려 아이가 ‘괜찮아, 찬호(가명)는 아기 같아서 동생이 때린 셈 치면 돼’라고 말해 너무 대견했다”고 전했다.

아이들 스스로 장애를 가진 친구를 말과 생각이 조금 더딜 뿐 함께 도우며 살아가야 할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교육을 받는 일반 유아는 이 같은 배려와 협동심, 리더십을 익힌다는 교육적 효과 외에 실리적인 혜택도 누린다. 특수교육 대상자가 4명 이상이면 통합교육에 특수교사 1명이 자동 배치되는 것은 물론 특수교육 실무사나 사회복무요원 등 보조인력이 추가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황지현 진관유치원 원장은 “일반유치원은 교사 1명이 26명(5세반)을 모두 맡아야 하는 반면 통합유치원은 교사 2명이 27명을 나눠 가르친다”며 “일반유치원보다 맞춤형 교육을 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장애 유아에 대한 지원 정책 방향도 통합교육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유아교육 혁신 방안’의 핵심정책 중 하나는 공립유치원 내 특수학급을 400개 이상 늘리고, 인천에 한 곳뿐인 통합유치원을 시·도당 1곳 이상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특수교육 대상 영유아는 해마다 늘어 2017년 현재 1만6361명이다. 이 중 37.6%는 장애전담 어린이집에, 20.6%는 특수학급이 없는 일반 유치원·어린이집에 각각 다니고 있다.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장애 유아는 전국 3개원, 9명뿐이다. 특수교육 대상 유아가 4명 미만일 경우 특수교사가 배치되지 않을뿐더러 “아이 교육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반 학부모들 민원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부는 2017년 현재 공립유치원에 731개뿐인 특수학급을 2022년 1131개로 증설해 통합교육을 더욱 내실화하고,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1대1로 배치하는 통합유치원도 현재 인천 자유유치원 1개에서 17개로 늘릴 계획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또 다른 소중한 사회 일원으로 인정받고 미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아교육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유아교육 혁신 방안’에는 장애 유아뿐 아니라 저소득층 및 다문화 배경 아이들에 대한 지원책도 담겼다. 대표적인 ‘저소득층의 유아 교육기회 확대’ 방안은 초·중·고 교육급여나 교육비 지원, 대학 국가장학금처럼 2019년부터 중위소득 50%(4인가구 기준 월 225만원) 이하 유아에게는 매달 10만원가량의 학비를 추가 지원한다는 것이다.

신익현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유아단계의 투자는 초중등 시기보다 약 2.6배의 효과를 발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저소득과 다문화, 특수 아동 등 다양한 요구와 특성을 가진 모든 어린이의 교육과 성장의 권리를 보장하는 맞춤형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