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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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투기 광풍 가상화폐 시장 정보 투명성 높여야”

가상화폐 연구자 홍기훈 교수 / 정보 비대칭으로 ‘세력’ 휘둘려 / 통화 활용 가능성은 매우 낮아 / 블록체인 기술 분명 장점 있지만 / 아직 검증 부족 당장 쓰긴 무리 / 정부 규제 활용보단 ‘차단’ 방점 / 사모펀드 등 처럼 검증장치 필요
“우리나라에는 개인이 할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 투자대상이 상대적으로 없다 보니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기자본이 가상화폐에 몰려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가치 평가를 할 수 없는 만큼 조심해야 합니다.”

지난 4일 서울 홍익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가상화폐 연구자 홍기훈 교수(경영대)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가 프리미엄까지 붙은 채 거래되는 과열 현상이 일어나는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가 지난 4일 홍대 연구실에서 가상화폐의 금융적 가능성과 가치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남정탁 기자
정부는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묻지마 투기판’이 됐다고 판단하고 신규 거래 금지 조처를 했지만, 신규 투자자 유입 없이도 가상화폐의 가격은 끊임없이 오르고 있다. 하지만 홍 교수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세력’에 휘둘리기 쉬운 불리한 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컨대 가상화폐 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누군가가 트위터에 ‘○○코인이 좋다’고 올리면 거기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데, 이미 그 전에 이런 얘기가 나올 것을 알고 돈을 버는 작전세력이 존재한다”며 “영어권 국가에서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가 빨리 공유되지만 우리나라는 잘못된 번역 내용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며 잘못된 정보가 정설처럼 확산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정부 인사까지도 잘못된 정보로 가설을 설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술이 결제, 송금 등 기존 금융서비스 영역에 스며들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거부감이 강하다. 발행, 유통, 이용 과정이 기존 화폐나 금융상품의 틀 어디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일찌감치 가상화폐의 금융적 가능성에 관심을 보인 학자다. 2013년 무렵 가상화폐를 접하고 가상화폐가 화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대체투자 자산이 될지에 대해 연구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격과 이용자 패턴을 분석해보니 아직 투기자산일 뿐이고, 통화 활용 가능성이 너무 낮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가상화폐를 물물교환 매개체로 쓸 수는 있지만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합니다. 가상화폐를 매개체로 원화 거래를 하는 셈인데, 정말로 화폐로 쓰기 위해서는 원화가 아닌 가상화폐 가격을 기준으로 거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용 행태만으로 봤을 때는 금과 비슷한데 금은 변동성이 작은 안전자산으로 투자하는 반면에 가상화폐는 투기성향 자본이 손해 본 것을 메우기 위해 투자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는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 기반의 금융거래 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 시스템은 처리 속도가 느리고 전기를 많이 소모하며 거래 순서를 정하기 어려운 등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홍 교수는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얘기할 때 미래만 보고 있는데, 기술에 분명 장점은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에 빨리 투자해서 당장 쓰자는 얘기는 아직 이르다”며 “금융권 입장에서 봤을 때는 더 효과적인 전자장부 시스템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미성년자·외국인 거래 금지를 비롯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도 검토하겠다는 규제 정책을 내놨다. 아울러 제도권 편입이나 화폐로서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활용보다는 차단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은 규제 당국과의 줄다리기 속에서 범위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말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한 데 이어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도 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투자자가 들어올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투기와 투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이 앞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어떤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홍 교수는 이렇게 견해를 정리했다.

“가상화폐는 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자리매김해 투자분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상화폐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정보의 투명성이 높아져야 합니다. 또한 현재 정부에서는 ICO(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 조달)를 금지했지만 잘만 이용되면 효과적인 자본 조달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사모펀드, 크라우드펀드 등의 시장처럼 매우 많은 검증 장치가 필요합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