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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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고리 이제 끊자] “아이 어디 있나” 주변서 관심 가져야

준희양 사건 ‘반면교사’ 삼아야 / 병원기록 점검시스템 도입 필요 / 진료 안 받거나 횟수 뜸해지면 / 수사기관·보호전문기관에 통보
아동학대로 숨진 고준희양은 가정에 고립된 채 세상을 떠났지만 아이의 피해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던 사회적 접점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다만 취학 전 아동에 대한 학대를 예방·발견하는 시스템의 부재와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이 결합돼 준희양의 고통을 제때 포착하지 못했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의 진료 여부를 오는 3월 실시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있었던 준희양은 어머니와 생활할 때는 꾸준히 약을 복용했지만 아버지와 계모의 집으로 옮긴 이후 치료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런 아이들이 갑자기 병원 진료를 받지 않거나 진료 횟수가 뜸해졌을 때 수사기관 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통보되는 병원기록 점검 시스템이 있었다면 준희양은 외부에 발견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준희양은 유치원에 오랫동안 다니지 않았고 지난해 2월과 3월 머리와 이마에 베인 상처로 치료를 받은 적도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 기록과 위기아동조기발견 시스템을 연계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위기 징후가 나타난 아동에 한해 심의를 거쳐 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신고는 보육교사, 의사 등 신고 의무자만이 포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절실한 건 주변의 관심이다. 준희양을 학대한 아버지와 계모는 아이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이웃에 생일 미역국까지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 사람들이 ‘애가 보이지 않네’, ‘아이는 어디에 있나?’ 등의 의문을 갖고 지켜보고 신고를 했다면 수사당국에서 개입할 여지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의 가정일과 아이 양육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사회문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아동 10만명당 피해 아동 발견율은 2016년 기준 2.15%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 접점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편과 함께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경미한 학대라고 해도 상담, 교육, 심리치료 등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