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노래를 나지막이 따라부르며 외로움을 견디던 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초등학교를 세 번째 옮겼을 때 첫 음반을 산 뒤로 200여개의 앨범을 모았다. 서태지의 신보가 나왔을 때 첫 트랙을 듣자마자 전율이 끼쳤고 첫사랑과 헤어진 뒤 슬픈 팝송을 들으며 궁상을 떨었다. 손바닥 크기만한 음반이 갈팡질팡하던 사춘기 소년의 감성을 잘 달래줬던 보모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안병수 체육부 기자 |
사실 기자도 2000년대 중후반 이후로는 음반을 구입한 적이 손에 꼽는다. 간단하게 노래를 들을 수 있을뿐더러 따로 휴대할 필요도 없는 디지털 음원의 편의성에 홀린 것이다. 그러나 한때 음반 애호가로서 ‘부채감’이 컸다. 음반의 소멸은 편한 것을 추구하는 시대의 트렌드이지만 한편으로는 음반이 본래의 소장 가치를 잃어 가는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가수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음반은 곡 선정은 물론이고 트랙 순서까지 공을 들여 짠다. 음반을 통해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자신의 음악세계를 온전히 듣는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서다. 가수들은 이를 통해 창작의 고통을 나누며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동력을 얻는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같은 상호작용을 기대하기 힘들다. 음원 차트 순위가 하루가 다르게 변동하는 걸 보면 음악이 쉽게 소비하고 잊히는 일회성 상품으로 변질된 것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대중의 ‘클릭’을 유도해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것과 익숙한 멜로디 위주로 노래가 생산되면서 음악산업의 질도 떨어졌다. 가수 이승환은 “음반의 소멸이 결국 가수의 멸종으로 이어진다”며 우려를 표했는데 제대로 된 음악을 찾기 힘든 지금은 이 말이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이같이 아쉬운 마음은 크지만 요즘 동네 레코드숍에서 ‘우리 오빠’들의 앨범을 고르는 여학생들을 보면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대를 형성하곤 한다. 지금의 관점에선 음반은 효용성이 한참 떨어지지만 막상 집에 들이고 나면 누구보다 진정성 있는 말동무가 돼 준다는 것을 그들도 아는 걸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한국 음악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메마른 가슴을 ‘아날로그 감성’으로 간만에 흠뻑 적셔보고 싶다면 가수의 이야기가 담긴 음반에 다시 눈길을 주는 건 어떨까.
안병수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