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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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점 차로 당락 갈리는데… 공시생 "25점 주면 경쟁 안 돼" 헌소

직업상담사 자격증 가산점 3∼5% 부여 논란 확산/1197명 이르면 16일 청구 예정 / “일반 응시자 실질적 배제” 주장 / 시험 임박해 발표… 취득 불가능 / 고용부 “이미 법률에 규정된 내용” / 가산점 관련 헌법소원 끊임없어… 군필자 ‘위헌’ 교대 가산점 ‘합헌’
7·9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에서 직업상담사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면서 법정다툼으로 비화하고 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은 정부 방침이 헌법상의 권리인 평등권, 공무담임권을 위배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로 해 공시 가산점을 둘러싼 논쟁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시생 1197명은 이르면 16일 “인사혁신처가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예고도 없이 올해 공무원 시험에서 직업상담사 자격증 가산점을 평균의 5% 부여하기로 공고해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침해당했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일 인사혁신처는 2018년도 국가공무원 공채 선발계획을 공고하면서 고용노동부 9급 공무원 행정직(고용노동)과 직업상담직(직업상담) 응시자 중 직업상담사 1·2급 자격증 소지자에게 각 과목별 만점의 5%를 주기로 했다. 7급 시험에서는 가산점 3%가 적용된다.

공시생들은 청구서에서 “불과 1, 2점 차이로 공무원 시험 당락이 좌우되는 현실에서 5% 가산점은 총 25점이 더해지는 것”이라며 “이는 가산점을 받지 못하는 일반 응시자를 채용에서 실질적으로 배제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사혁신처는 이 같은 내용을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해 헌법상 대원칙인 신뢰보호원칙, 예측가능성 등에도 위배되는 위헌적인 공권력을 행사했다”고 덧붙였다.

헌법소원을 대리하는 조기현 변호사는 “헌법소원 청구가 실효성을 가지도록 본안 청구와 함께 (정부 방침의 효력이 적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가처분 신청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직업상담사 자격증 가산점 부여 방침은 발표 직후부터 여러 논란을 낳았다. 9급 공무원 시험이 3개월여밖에 남지 않아 수험생들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상대적으로 합격률이 높은 직업상담사 자격증 소지자에게 변호사나 공인노무사와 같은 수준의 가산점을 주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제기돼서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해당 내용은 법률에 이미 규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노동직류와 직업상담직은 각각 1999년, 2007년에 신설됐지만 지금까지는 일괄적으로 선발된 일반행정직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채워져 직업상담사 자격증 가산점이 적용된 적이 없었다.
공무원 시험의 가산점 적용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취업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데다 직업안정성이 높은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치솟으면서 시험의 당락을 가를 가산점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때문이다.

1999년 12월 최대 5% 가산점이 부여되던 군필자 가산점제도는 헌재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폐지됐다. 당시 헌재는 “여성 및 제대군인이 아닌 남성을 부당한 방법으로 지나치게 차별하는 제도”라고 판단했다. 2006년에는 국가유공자의 가족에 대해 10%를 가산점으로 주도록 한 국가유공자예우법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헌재 결정이 내려지면서 가산점 비율이 5∼10%로 축소되기도 했다.

합헌 결정이 내려진 사례도 있다. 헌재는 지역별 교원 임용시험에서 해당 지역의 교육대, 사범대, 교원대 출신자들에게 지역가산점을 주는 제도에 대해 2007년, 2014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