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이슈+] "韓·UAE는 친구"…3시간여 회담 속 친구·진실 수십 회 언급

3시간여 회담 이모저모 / 靑 “과거보다 미래협력에 초점” / 칼둔 “결혼생활, 도전 극복 중요” / 文대통령 “결혼했으니 사랑하자” / 김태영 前국방, 이면계약 시인 / 향후 절충안으로 갈등 해소 모색 / 비밀 군사협정 파문 확산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아랍에미리트 왕세제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한·아랍에미리트(UAE) 갈등설이 9일 ‘임종석·칼둔 회담’으로 일단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UAE의 실력자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이번 방한은 양국 관계 및 UAE 원전계약 수주·아크부대 파병 등을 놓고 온갖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뤄졌다. 전날 UAE 경제보복설의 피해자로 지목됐던 국내 대표적 에너지그룹 SK·GS 총수와 식사를 하고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했던 칼둔 청장은 이날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시간 회담한 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그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한층 강화된 관계 설정에 합의했음을 과시했다. 하지만 결국 원전 수출 계약을 위해 이명박·박근혜정부가 무리한 군사협정을 맺은 것으로 드러난 상황이어서 여파는 이어질 전망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후 서울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방한 중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나 면담을 마친 후 포옹하며 인사하고 있다.

◆칼둔, “양국관계, 부부나 마찬가지”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의 이날 만남은 서울 성북구 가구박물관에서 이뤄졌다. 이슬람 신자인 칼둔 청장 일행을 배려한 ‘할랄식’ 점심과 회담을 합쳐 약 2시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3시간20분으로 늘어났다.

3시간여 진행된 대화의 중심은 과거보다 미래 협력관계에 맞춰졌으며 “매우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칼둔 청장은 “돌려말하지 않겠다”는 표현까지 반복하며 우리나라의 현지 진출 방안에 대해 매우 유익한 조언을 했다고 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후 서울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방한 중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나 면담을 마친 후 나오며 밝게 웃고 있다.

최대 쟁점인 양국 갈등 봉합과 관련, 청와대는 구체적 논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칼둔 청장은 회담 서두에 UAE 원전 수주 및 아크부대 주둔을 놓고 국내에서 온갖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 대해 ‘약간의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칼둔 청장은 양국 관계를 결혼에 빚대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항상 좋을 수만은 없고 나쁠 때가 오기도 하는데 그런 도전을 극복하고 화합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칼둔 청장은 문 대통령을 만나서도 “양국은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 가톨릭식 결혼”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양국 관계의 굳건함을 과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결혼했으니 뜨겁게 사랑하자”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칼둔 청장, 문 대통령,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한·UAE 비밀 군사협정 파동

칼둔 청장 방한으로 한때 국교단절설까지 흘러나왔던 양국 관계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한·UAE 비밀 군사협정 파동이 더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한·UAE 비밀 군사협정 존재를 인정하고 그 경위에 대해 “섣불리 국회로 가져가기보단 내가 책임지고 (비공개 군사) 협약으로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또 김 전 장관은 협약 내용 중 UAE의 유사시 한국군이 자동 개입한다는 조항에 대해 “그렇게 약속했다”고도 시인했다.

그간 설로만 제기됐던 한·UAE 비밀 군사협정에 대한 증언이 나온 것이다. 이러한 협정의 절차적 당위성 및 독소조항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뜨거운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양국이 통상 동맹국과 운영되고 있는 외교·국방채널 2+2 전략대화를 새로 형성해 그 안에서 모든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언급으로 볼 때 양국 불협화음의 근원이 이전 정부에서 맺어진 비밀 군사협약이었으며 이를 당장 손대는 대신 향후 전략대화에서 절충안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번 갈등이 마무리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비밀 군사협약 실체 및 책임 규명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UAE라는 나라와 국민들 몰래 형제국이 됐다”며 “원전 때문에 군사적인 모든 것을 다 보장해 준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소식통은 이날 “청와대가 UAE 측에 양해를 구해 조만간 임 실장의 UAE행 관련 의혹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성준·이우중 기자,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