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논란을 빚은 지난 정권 때와 달리 이번에는 청와대와 기자단 사이에 질문자와 질문 내용 사전 조율을 하지 않았다. 자유로이 손을 든 기자들 중에서 문 대통령이 질문자를 직접 지목한다. 이른바 ‘백악관 스타일’이다.
집권 2년차 신년 기자회견은 대통령의 신년 회견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7년 개헌 이후 선출된 대통령들은 2월25일 취임하는 까닭에 2년차 신년 회견이 취임 후 첫 신년 회견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취임 날짜가 달라진 문 대통령(지난해 5월10일 취임)도 마찬가지로 이번이 첫 신년 회견이다. 통상 집권 1년차 국정운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의 ‘청사진’을 그린다는 점에서도 2년차 신년 회견의 중요성은 남다르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2년차 신년사에서 어떤 비전을 제시했을까.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권 2년차 신년사를 돌아봤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2년차 때인 2014년 1월6일 신년 회견에서는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 화제를 모았다.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대립과 전쟁 위협, 핵 위협에서 벗어나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야만 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었다. 2016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후 ‘통일 대박’ 발언이 사실 최순실의 작품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말은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며 ‘474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찬 포부였다.
대일·대중 관계와 관련한 당시 발언을 되짚어보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일본에 대해 ‘성의있는 자세 전환이 없는 한 관계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한·중 관계가 긴밀해졌다면서 이를 더욱 심화·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기자가 ‘왜 질문 기회를 주지 않느냐’며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발표로 한·일, 한·중 관계는 급격하게 변화한다.
당시 회견을 앞두고 12명의 질문자와 질문 내용을 청와대와 출입기자단이 사전 조율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1월2일 청와대에서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집권 2년차 국정운영 방향을 밝혔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촉발한 글로벌 경제위기로 한국도 허덕이던 때였다. 이를 반영하듯 신년연설에서 ‘위기’라는 단어가 무려 29차례나 나왔다. 경제 17차례, 일자리 14차례 등 경제 관련 언급이 집중적으로 사용됐다.
이 전 대통령은 ‘비상경제정부’ 체제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대통령 경제특보, 청와대 경제수석, 국정기획수석,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2·3명 등이 참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신설하고 대통령이 직접 경제 현안을 챙기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여기에 △민생을 촘촘히 챙기는 국정 △선진일류국가를 위한 중단없는 개혁 △녹색성장과 미래준비를 추가해 ‘국정운영 4대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4대강 사업 논란과 관련해서는 “재해 예방과 환경보전 등 다목적 효과를 갖는 사업이며 2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별도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다. 2월말 취임 1주년을 전후해 계획 중인 기자회견과 중복될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나 1주년 회견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일방향 소통’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